신림 등산로 유가족 "최윤종 가족 이사가서 잘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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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 등산로 유가족 "최윤종 가족 이사가서 잘살아"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4.02.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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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였던 신림동 등산로 살인 피해자 유족이 순직 심사를 앞두고 억울하고 허탈한 심경을 전했다.

피해자 친오빠 A 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저는 신림동 등산로 사건 피해자의 친오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 씨는 "작년 8월 17일. 저는 부산에서 평범하게 일하고 있었다. 오후 6시쯤 피해자 담당 경찰관에게 전화가 왔다. 제 동생이 관악산 둘레길에서 강간을 당하고 뇌사상태라더라. 당연히 믿지 않았다. 보이스 피싱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다"며 악몽 같았던 동생의 사고 당일을 떠올렸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고려대 구로병원으로 운전해서 갔다. 도착하자마자 임종 면회를 해야 할 거 같다고 하시더라. 이미 병원 왔을 때부터 심정지가 40분가량 진행돼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온몸이 긁힌 상처투성이였고 기계에 의존해 호흡만 간신히 하고 있었다. 그렇게 동생은 이틀 만에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서울 올라가자마자 일주일도 안 돼 동생 장례식까지 치르고 나니 어안이 벙벙하더라"라고 말했다.

A 씨는 "그때까진 가해자고 나발이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머니가 산송장이었다. 22년도에 폐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까지 저렇게 되니 저라도 정신 차려야겠다 싶었다"고 했다.

A 씨는 아버지 옆자리에 동생을 묻어주고 집으로 돌아오니 가해자에 대해 찾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세 때 군대에서 탈영하고 강제 전역 후 10년간 아르바이트 한 번 안 해보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는 그런 놈에게 제 동생이 당했다니"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제 동생은 교대 합격 후 15년을 첫 자취방 보증금 말고는 집에 손 한번 벌리지 않은 착한 딸이고 동생이었고 사회생활도 곧잘 했다. 어떻게 이렇게 극과 극의 인간이 제 동생을 저렇게 만들었는지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다"라고 했다.

A 씨는 "작년 8월 이후 지금까지 저는 모든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아예 집 밖을 못 나간다. 가해자 가족은 저희에게 사과 한마디 없고 이사 가서 회사 잘 다니며 일상생활 잘하고 있다더라. 피해자 가족은 죽지 못해 사는데 정말 이게 맞는 거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여자 혼자 그 시간에 뭐 하러 운동하러 갔냐, 이래서 성매매 합법화하는 게 낫다는 등 미친 댓글들을 보고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었다. 울다 웃다 참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라고 털어놨다.

끝으로 "이번 주 수요일이 동생 순직 심사다. 어떻게 보면 동생 신변 정리의 마지막 절차인 셈이다. 합당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최윤종은 지난해 8월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생태공원 인근 등산로에서 성폭행을 목적으로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피해자를 폭행한 후 목 졸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 이틀 뒤 사망했다.

검찰은 최윤종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1심 판결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최윤종은 항소한 상태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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