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사원이 병원 변기까지 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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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영업사원이 병원 변기까지 뚫어?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4.03.0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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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의대 증원 반대 집회에 제약사 직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 제약사 영업사원이 의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온갖 심부름을 하는 자신의 일상을 고백해 누리꾼의 이목을 끌었다.

5일 디시인사이드 의학 갤러리에 '제약회사 영업맨인데 영업맨의 일상 알려줄게'란 제목의 글을 쓴 A 씨는 자신과 한 의사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갈무리한 사진을 올렸다.

대화에서 의사는 A 씨에게 갖가지 잡무를 부탁했다. 의사는 "노트북 hdd를 ssd로 교체해달라", "한글(문서 프로그램) 깔아달라", "A4 크기로 액자 2개 제작해달라" 등의 요구 메시지를 보냈고, A 씨는 군말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의사는 또 "긴급 SOS"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A 씨에게 "원무과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이력서 검토하는 게 힘들다. 이력서 확인해 줄 수 있냐"는 부탁까지 했다.

A 씨는 이 의사에 대해 "이 원장님은 진짜 착한 편"이라며 "다른 원장들의 더한 메시지도 있는데 개인정보도 있어서 못 풀겠다. 요즘 점점 더러운 거 시키는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오늘 일정은 △ 오전 8시 원장 집에 가서 아이 어린이집까지 모셔주기 △ 오전 10시 30분 의원 화장실 막힌 거 뚫으러 가기 △ 오후 12시 30분 원장 점심 초밥 배달(1만 9000원) △ 오후 3시 어린이집에서 도련님 모셔서 집에 데려다주기 △ 오후 7시 병원 식구들 저녁 식사 결제해 주러 가기"라고 덧붙였다.

A 씨의 글에는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의 성토가 이어졌다. "거 영업맨이면 기본으로 하는 거 가지고 힘들다 하지 맙시다"라며 자신의 처지를 반어법으로 한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다른 영업사원은 "'여름에 가족들이랑 하와이 가려고 하는데 일정 좀 알아봐 줘' 해서 정말로 일정만 딱 알아봐 주면 다음 달 발주 바로 0으로 찍힌다"고 자신의 서러웠던 경험담을 보탰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사람 위에 사람 있네", "누가 노예 타이틀까지 강탈해 갔는가", "화장실 뚫으러 간다니 정말 현대판 노예네", "얼마 버냐. 거의 몸종 수준인데 많이 벌어라" 등의 반응을 남겼다.

한편 의사 집회에 제약사 직원이 동원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은 4일 첩보를 수집 중이라며 아직 동원 여부에 대해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혹을 부인하며 글 작성자를 누군지 밝혀달라는 취지로 의협 명의로 고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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