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종법 2·3조 개정안)' 처리에 시동을 건다. 이달 중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법안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고 총 7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채택된 법안은 노란봉투법과 더불어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 △감사원법 개정안 △범죄피해자 보호법 개정안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등이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크게 늘리고 노동자를 상대로 한 기업의 막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쌍용차 파업 사태 당시 노동자를 상대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나오자 지난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던 노란봉투법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지회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 중심의 개정 움직임이 재차 확산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로 구성된 하청지회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를 51일간 무단으로 점거했다. 고용관계가 아닌 까닭에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없던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이 끝나자 선박 공정 중단에 따른 손해액이 8000억원이라고 추산하고 파업을 주도한 노조원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여권과 재계에서는 해당 법이 통과되면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쓸릴 수 있고 노조의 불법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최종 폐기되기도 했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진행한 노란봉투법 관련 공청회에서도 여야가 상당한 입장차를 보인 바 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은 "(발의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사용자 범위가 무한정으로 확대돼 산업현장에 각종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 470억원, 현대자동차 325억원, 한진중공업 158억원, 현대제철 200억원 등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손해배상청구로 노동자와 가족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며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장인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의원총회 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갈등 요인이 많아 확답할 순 없지만 (노란봉투법이) 당론으로 채택된다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란봉투법은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날 당론으로 채택됨에 따라 야당 주도로 환노위 전체회의에 올려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한 뒤 본회의에 상정·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고(故) 구하라씨 사례를 계기로 발의된 구하라법은 양육의무를 불이행한 친부모에 상속을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가맹사업거래공정화법 개정안은 보호대상을 가맹지역본부까지 확대해 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감사원법 개정안은 감사원장과 감사원 사무총장의 전횡을 막자는 취지에서 발의된 정쟁법안이다. 감사원을 상대로 한 국회의 통제력 강화 방안이 핵심이다.
범죄피해자보호법은 피해자 구조금 제도를 개선하고 가해자 보유재산을 조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선구제 후회수' 원칙을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화물차주에 기본적인 적정 임금을 지급해 과로·과속·과적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18일과 25일 본회의를 열기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설득 중"이라며 "노란봉투법·전세사기특별법 및 앞서 당론으로 채택됐던 민생회복 지원금 25만원 관련법 등을 이달 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내 지도부의 의지도 강하고 당내 이견이 없기 때문에 조만간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