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중앙 송정은 기자] 세관 직원이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의 마약 밀반입을 도와주었다는 마약 운반책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관세청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관세청은 7일 설명자료를 내어 "마약운반책의 진술은 그 진술만 있을 뿐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언론의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사건관계인 진술만 있는 경우 그 진술을 과신하지 않아야 한다'는 수사준칙 3조룰 상기시켰다.

지난해 1월 27일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 6명이 필로폰 24kg를 신체에 부착·은닉해 국내로 밀반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관은 일주일 뒤인 2월 5일자로  1월 27일 마약 밀반입 운반책들과 같은 조직으로 추정되는 말레이시아 운반책 1명 적발해 검거했다.

세관은 1월 27일 마약을 밀반입한 운반책들과 같은 조직이며 당시 마약 운반책 6명 중 1명을 2월 27일 김해공항세관에서 적발·검거했다.

그런데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월 27일 마약 밀반입 건에 관여된 운반책들을 검거한 뒤 운반책으로부터 세관 직원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마약 운반책은 경찰에서 "세관 제복을 착용한 직원 A가 입국장 2층부터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안내해주었다"고 진술했다. 그 뒤 직원 A에서 B, C로 변경했으나 세관 직원이 택시 승강장까지 안내해줬다는 진술은 바꾸지 않았다. 

경찰은 즉각 세관 직원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영등포경찰서는 9월 22일 인천공항세관에 대해 직원 인적 사항 등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고 이후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 집행 4회, 마약 운반책 동반 현장 조사 5회 등을 실시했다. 또 공항 CCTV와 직원 휴대폰 포렌식과 소환 조사 3회 등을 거쳐 세관 직원 7명을 입건했다. 

이러한 사실이 영등포경찰서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보도되고 논란이 점점 확산되자 관세청이 7일 설명자료를 내어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기간인 10월 6일 인천공항세관 여행자통관2국장과 감사과장이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을 면담해 관련 내용을 설명 듣고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관세청은 이날 내놓은 설명자료에서 마약 운반책 진술과 직원들의 근무상황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먼저 마약 운반책들이 '공항 밖 택시승강장까지 안내해주었다'고 지목한 직원 중 한 명(A)은 당일 연가로 근무하지 않았으며 지목된 다른 직원(B)은 사건 시간대 해당 동선 출입 기록이 없다고 했다.

관세청은 GPS·사진기록 등으로 A의 당일 타 지역 활동이 확인됐고 B는 당일 세관 제복을 착용하지 않았고 사복근무(로버: 순회직원)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3년 1월) 당시 인천공항 근무 세관직원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약 운반책이 처음 본 직원의 얼굴을 확인·지목한 것은 그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또 마약 운반책들이 '세관직원이 도와주었다'고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은 마약 범죄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 밀반입 조직들은 마약 운반책을 포섭할 때 그들을 안심시키고 적발 때 형량 경감을 받을 의도로 '세관직원을 매수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고 이를 믿게 하는 수법을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약 운반책의 진술 번복, 진술과 근무 상황과의 큰 차이, 마스크 착용 근무 및 마약 밀수 조직의 전형적인 수법 등을 고려할 때 혐의 개연성이 높지 않다는 게 관세청의 주장이다.

관세청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연루 혐의 직원을 비호한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수사기관 간의 '자중지란'은 마약 조직들이 바라는 바라고 했다. 

관세청은 "이번과 같이 마약운반책들의 진술만으로 마약단속 직원들을 확정범처럼 취급한다면 마약운반책은 앞으로도 세관직원 명단을 입수해서 같은 수법을 쓸 것"이라며 "앞으로 관세청의 국경단계 마약단속 체계는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관세청은 이번 경찰의 수사 최종 결과 직원들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징계 양정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징계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정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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