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 연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500여 좌석 만원... 합창석까지 음악팬으로 인산인해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이념을 넘어선 음악, 러시아 혁명 이후 고국을 떠난 라흐마니노프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접할 수 있다고 해서 31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았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제251회 정기연주회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슈카'를 이날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올렸다.
이날 연주회는 라흐마니노프와 스트라빈스키가 러시아를 등지기 전 탈고한 작품을 살펴보며 시대의 이념에 부응하지 않은 이들의 음악관을 들여다 봤다.
공연의 포문은 스트라빈스키의 초기 작품 '불꽃놀이'로 열었다. 5분간 이어진 이 작품은 스타 작곡가로의 서막을 열게 해준 곡이다. 잘 알려진 '불새' '봄의 제전'과 달리 26살 청년 스트라빈스키의 대담한 화성 진행과 화려한 리듬의 전조가 두드러졌다.
이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다 단조 Op. 18을 33분간 선보였다. '로맨스'와 '발라드'로 대표되는 작품이자 1975년 히트곡 '올 바이 마이셀프(All by Myself)'에 차용될 만큼 강력한 대중성을 지녔다.
흥얼거리기 쉬운 아름다운 멜로디, 정반합 형식의 탄탄한 구조, 30분 넘는 연주 시간 동안 독주 기교를 감상할 구간이 심심치 않게 마련되면서 초심자도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피아노 협주곡 2번 작곡을 앞두고 라흐마니노프는 최면 치료와 오페라 지휘를 병행하고 샬랴핀, 체홉, 톨스토이를 만나며 본격 컴백에 뜸을 들였다고 한다.
옛 소련의 '반항아' 격인 조지아 출신의 '늦깎이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코르산티아가 협연 무대에 올랐다. 그의 등장에 객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그는 앙코르곡으로 미국의 작곡가 윌이엄 볼컴(william balcom)의 '우아한 유령'(graceful ghost rag)을 연주했다.
마지막 무대는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가 장식했다. 34분간 연주된 이 작품은 발레를 원작으로 해 무용을 염두에 둔 화려한 악기군이 이목을 끌었다.
음악 그 자체로 훌륭해 오늘날에는 발레 없는 오케스트라 모음곡(1장 사육제, 2장 페트루슈카의 방, 3장 무어인의 방, 4장 저녁 무렵의 사육제)으로 자주 오른다.
이번 연주회의 지휘는 시애틀 심포니에 다섯 개의 그래미상을 안긴 '음향의 마술사' 프랑스 출신 지휘자 뤼도비크 모를로가 맡았다.
그는 감정과 서사를 극대화하는 러시안 레퍼토리의 기존 해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금관과 현악기가 주고받는 긴밀한 앙상블 기교뿐만 아닌 다채로운 음향의 향연이 그의 지휘봉에서 새롭게 펼쳐졌고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특히 이날 공연은 일반 객석이 아닌 무대 뒤편에 자리잡은 합창석에서 관람했는데 지휘자의 격정적인 모습과 표정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뤼도비크 모를로 지휘자는 객석의 거듭된 앙코르 요청에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vacalise for orchestra. op 34.no. 14)를 연주했다.
이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1층, 2층, 3층 객석은 물론 합창석까지 2500여 좌석이 만원이었다.
한편 지휘자 뤼도비크 모를로와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코르산티아는 연주회가 끝난 뒤 한국 팬들에게 팬서비스를 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