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상징' 단병호 민주노동당 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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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상징' 단병호 민주노동당 탈당
  • 김주미 기자
  • 승인 2008.02.20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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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불출마도 선언... "민노당 위기, 노동자 정치세력화 실패 때문"

▲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상징 단병호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노동당 탈당 및 18대 총선 불출마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단병호 의원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상징인 단병호 의원이 20일 민주노동당 탈당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심상정 노회찬 의원에 이어 단 의원마저 탈당을 예고함으로써 민노당의 분열이 한층 세밀해지게 됐다.

단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노동당은 위기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지 못하고, 따라서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민노당 비례대표 의원인 점을 감안할 때 그의 탈당 시점은 다음달 중순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소속 정당을 떠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단 의원은 "당 위기의 본질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가 그 첫째"라고 진단하고 민주노총 지도위원직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노동당 당원의 40%가 노동자이고 그 대다수가 민주노총 조합원"이라며 "그러나 민주노동당에 민주노총 조합원은 있지만 민주노총에는 민주노동당 당원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 "노동자 대중은 행사와 선거 때 그리고 재정을 조달하는데 필요한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냈다.

▲ 단 의원은 이날 민노당 탈당 심경을 밝히는 중간중간에 눈물을 보이기도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데일리중앙 자료사진)
단 의원은 자신이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결정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와 민노당의 노동부문 할당제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당의 질적 발전을 가로막는 역기능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다"며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러한 잘못된 결정을 여전히 조직적 방침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아침 6시에 집을 나서면서 집 현관 앞에 붙어 있던 '민주노동당 당원의 집'이라는 스티커를 제 손으로 떼고 나왔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단 의원은 "민주노동당은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0명이 당선되는 등 급성장을 했지만 토대가 튼튼하게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화려한 성장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이었다"며 "무엇보다 토대를 굳건하게 다져야 할 때에 2008년 제일야당, 2012년 집권이라는 신기루를 쫓아다니며 허송세월했다"고 자성했다.

앞서 당을 이끌었던 심상정 비대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당명을 바꾸고, 강령을 개정하고, 시민단체 명망가 몇 명이 더 당에 합류한다고 해서 진보정당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심상정 의원 쪽을 겨냥했다.

단 의원은 심상정, 노회찬 의원과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장은 진보신당 흐름에 합류하기보다 현장 중심의 활동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아직 탈당하거나 탈당을 예고한 분들이 공식적으로 이런 문제를 상의해 오지 않았다"며 "모든 것은 지금부터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결정하겠지만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 의원은 끝으로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노동자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결단이 정치활동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동현장에서 정치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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