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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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다면...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0.11.1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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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열 여섯살이 되고 싶다/ 예쁜 꽃들을 따서 책갈피에 끼워 말리고 싶다/ 학교에 가는 도중 빨강대문 파랑대문에서 동무를 부르고 싶다/ 거짓을 말한 친구에게 화를 내고 토라져서 닷새 동안 얼굴을 맞대지 않고 싶다/ ···."
오늘은 고3, 재수생의 어머니 아버지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맞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날-.

대학의 '좁은문' 앞은 꼭두새벽부터 장터처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선배들을 격려하는 후배 재학생들의 격문, 고함소리와 사물놀이에 스님 목탁소리가 어울려 더 요란스런 분위기가 연출됐다.

아득한 기억 저편 우리가 열 아홉살이던 때도 저랬었지. 2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긴장 속에 치러진 시험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세월은 흘러도 입시 풍경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예년과는 달리 올해에는 입시 한파가 없어 수험생들이 한결 안도했다. 게다가 오늘 하루만이라도 애들이 잠을 실컷 잘 수 있는 게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독일 시인 에리히 케스티나는 '인생을 되풀이 할 수 있다면'이란 시에서 이렇게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다시 한번 열 여섯살이 되고 싶다/ 예쁜 꽃들을 따서 책갈피에 끼워 말리고 싶다/ 학교에 가는 도중 빨강대문 파랑대문에서 동무를 부르고 싶다/ 거짓을 말한 친구에게 화를 내고 토라져서 닷새 동안 얼굴을 맞대지 않고 싶다/ ···."

이렇듯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것' 같지만 중3, 고1 또래인 우리의 열 여섯살에게는 그렇게 아름다운 꿈을 펼치고 사람다운 마음을 심을 겨를이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맑은 물 흰 모래/ 갈매기는 비상하는데/ 낙엽 쓸쓸히 떨어지고/ 장강은 한없이 흐르고 또 흐르네"
다음주면 소설. 어느덧 겨울이 성금 다가온 듯싶다. 새삼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고 얼마 남지 않은 한해를 생각하며 무엇엔가 쫓기는 마음이 된다. 덧없이 가는 세월에 까닭없이 비애를 느끼게 되는 것도 이맘때다.

깊어가는 가을산의 풍경은 형언할 수 없이 아름답기만 한데...

"맑은 물 흰 모래/ 갈매기는 비상하는데/ 낙엽 쓸쓸히 떨어지고/ 장강은 한없이 흐르고 또 흐르네"

사명대사는 늦가을 풍경을 이렇게 영탄했다. 서릿발에 휘날려 떨어지는 낙엽들, 노란 은행잎이 쌓여가는 것을 볼 때 우리의 마음은 더욱 간절해진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단풍같은 마음으로 겨울을 맞이했으면 하고 소망해본다.

데일리중앙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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