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이번에는 설립자 '진위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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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이번에는 설립자 '진위공방'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0.12.12 21:15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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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선생 손자, 설립자 명칭 사용 금지 가처분... 조원영, 적극 대응

"어림없는 소리, 학교 경영을 잘 했다는 사람이 학생 돈 떼먹고 학교에서 쫓겨나냐?"
"설립자의 숭고한 뜻 짓밟은 조씨 집안 3대 세습 경영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공과를 따져봐야 겠다"
(동덕여학단 설립자 학봉 이석구 선생 손자 이원씨)
"동덕100년사를 봐라. 시작에서부터 누가 동덕을 경영하고 발전시켜왔는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춘강 조동식 선생의 손자 조원영 동덕여대 전 총장)

조원영 "인수해놓고 왜 경영을 안했나, 동덕여대를 발전시킨 사람이 누군지 세상이 다 안다."
이원 "어림없는 소리, 학교 경영을 잘 했다는 사람이 학생 돈 떼먹고 학교에서 쫓겨나냐?"

재단과 학교 경영진의 부정, 비리, 족벌, 세습 경영... 이에 맞선 학생들의 수업거부, 총장실 점거, 교수들의 천막 농성, 직원노조의 전면파업... 지난 2003년 1년 가까이 학내 분규로 몸살을 앓았던 동덕여대의 자화상이다. 당시 총장은 조원영씨, 이사장은 이은주(조 총장의 어머니)씨였다.

동덕여대가 또다시 극심한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는 동덕여대의 학교법인인 동덕여학단을 누가 설립했느냐를 놓고 진위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봉 이석구 선생이냐 춘강 조동식 선생이냐를 놓고 그 자손들이 상대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진검승부에 나서고 있는 것.

학봉 이석구 선생의 손자인 이원씨는 최근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동덕여학단의 설립자 및 주요재산출연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진정을 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에는 재단을 상대로 설립자의 명칭을 더이상 조동식으로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가처분신청과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이원씨가 제기한 두 가지 법률행위의 핵심은 진짜가 아닌 '가짜'가 그동안 주인 행세를 해왔음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원씨는 조동식-조용각-이은주(조용각의 부인)-조원영으로 이어지는 조씨 집안을 직접 겨누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석구 선생은 1926년 5월 운영난으로 폐교 위기에 처한 동덕여학교를 사재를 털어 인수한 뒤 그해 9월 25만원을 출연해 동덕여학단을 설립했다. 이후 기숙사와 학교 터 매입, 보학원 설립 등에 65만원을 출연하는 등 1956년 8월 작고할 때까지 동덕여학교에 90만원을 쾌척했다. 참고로 1932년 김성수 선생이 보성전문학교(고려대의 전신)를 인수할 당시 출연금이 40만원이었다.

이석구 선생은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 육영사업의 일환으로 학교법인 동덕여학단을 설립하고 사유재산이 아닌 공익재산의 취지로 운영하도록 했다. 그래서 이사진도 친인척 관계가 없는 인사로 구성했고, 학교장도 인척 관계가 아닌 전문 교육경영인인 당시 조동식 선생을 임명했다.

그런데 1956년 이석구 선생이 작고한 후 조동식 선생이 1969년 별세할 때까지 10년 넘게 동덕여학단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이석구 선생의 유지가 훼손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70~1976년 이석구 선생의 아들인 이능우 박사(이원씨의 아버지)가 이사장을 맡아 학교 설립 취지를 계승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76년 조동식 선생의 양자인 조용각 선생(조원영 전 총장의 아버지)이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때부터 조씨 집안의 본격적인 세습 경영이 시작된다. 조용각 이사장은 1988년 아들인 조원영씨를 부총장에 앉힌 뒤 1996년 총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조용각 이사장은 1999년 10월 세상을 떠났고, 이사장 자리는 부인인 이은주(조원영씨의 어머니)씨에게 돌아갔다. 조원영씨는 2000년 3월 총장에 재취임했다.

▲ 동덕여대 분규 사태가 정점으로 향하던 2003년 12월 3일 이 학교 학생과 교수 등 1500여 명은 서울 을지로 훈련원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교육부가 직접 나서 동덕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학생과 교수, 직원 등 20여 명은 일방적인 총장 임명 등 재단의 전횡에 항의하며 삭발시위를 벌였다. (사진=서상일)
ⓒ 데일리중앙
30년 가까이 조씨 일가가 동덕여학단의 운영과 경영을 장악하면서 결국 2003년 동덕여대에서 최대의 학내 분규 사태가 일어났다. 학생 교수 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이 족벌재단 퇴진을 요구하며 총궐기에 나선 것이다.

학내 구성원들은 조원영 총장과 이은주 이사장을 무능 총장, 부패 재단으로 지목해 동반 사퇴를 압박했다. 11개월 계속된 학내 소요사태는, 6500여 명의 재학생들이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결사항전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이 과정에서 조원영 총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총학생회에 6시간 동안 감금당하는 등 파란을 일으켰다.

끝내 교육부가 동덕여대 사태에 종합감사라는 칼을 빼들고 적극 개입했다. 교육부는 그해 9월 5일 2주 간의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 비리 관련자 13명을 징계하고 이사장과 총장을 고발조치하는 한편, 이사장의 임원취임 승인 취소처분을 내렸다. 철옹성으로 여겨지던 조원영 총장은 결국 11월 1일 자진 사퇴했다.

이듬해 1월 9일 교육부의 중재로 학내 구성원들이 ▲이은주 이사장과 조원영 전 총장의 이사 선임 배제 ▲학내 단체와 교육부, 재단이 추천하는 각 3인(총 9인)으로 30일 안에 이사회 구성 ▲현 이사진의 전원 사퇴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잠점 합의안에 조인하면서 분규 사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동덕여대는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를 언론 등을 통해 지켜봤던 이원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사학분쟁조정위 진정과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할아버지인 학봉 이석구 선생에 대해 "진정 나라와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에 당대의 재산가로서 미련없이 재산을 쾌척하신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를 실천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씨 집안에서 할아버지의 이러한 뜻에 반해 법인 및 학교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대학을 사유화했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설립자가 이석구 선생이 아닌 조동식 선생인양 역사 왜곡마저 저질렀다"고 개탄했다.

이원씨는 "그동안 학교를 파행으로 이끌었던 조동식 선생 집안이 학교에 다시 복귀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다"며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일로서 동덕의 설립자인 할아버지의 유지를 기망하는 것이며, 동덕의 혼란이 계속되는 것을 더 이상 가만 보고 있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옛 재단의 복귀를 노리는 조원영 전 총장이 적극 대응에 나섰다. 조 전 총장은 이원씨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에 대해 이해 당사자로서 보조참가인으로 심리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총장은 최근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이원씨의 태도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뭐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설립자 운운하며 소송까지 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설립자가 학교를 경영해 발전시켜 왔으면 이런 일이 왜 일어나겠냐. 더구나 이원씨는 동덕 발전에 한 발짝도 관여한 적이 없는데 이제 와서 저러는 거 이해가 안된다"며 외부 개입설 등 음모론을 제기했다.

'학봉 이석구 선생을 설립자로 인정하느냐'고 묻자, 그는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부인 춘강 조동식 선생을 설립자로 하는 기록이나 자료들은 수없이 많다. (저쪽에선) 한 두가지 자료를 가지고 그런는 것 같은데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총장은 "세상이 증명해 줄 것이다. 법에 맡긴 것이라면 법이 판단해줄 것이고, 그럼 법의 판단에 따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몇 가지 더 질문을 던지자 "응하고 싶지 않다"며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동덕여대 교수협의회와 교수노조, 총학생회, 직원노조 등 학내 구성원들이 새로운 이슈로 등장한 '설립자 진위공방'에 향후 총력 대응할 것으로 보여 교육부와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교육부 사분위 전체회의는 오는 15일 오후 3시, 법원의 가처분 심리는 17일 예정돼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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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비바람 2011-01-28 12:25:29
공익을 목적으로 출연한 재산이 개인의 재산인양 마음대로 운영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이런 문제를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도 문제입니다.
사립학교는 개인이 재산이다. 회사를 사장이 자기 맘대로 운영하듯 학교를 운영해서되겠는가?
일제 식민지 시절에 고려대학보다 더 큰 재산을 출연한 이석구 선생의 고귀한 정신이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취급되면서 전횡을 일삼는 재단은 하루 빨리 교육이라는 설립취지에 맞게 정상화 되어야

이상군 2010-12-13 20:07:02
어머니인 이은주씨 또한 10원이라도 기분한 적이 있나요?
보태기는 커녕 학생들의 피눈물인 등록금을 빼돌리고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
져 있지 않나요? 그 정도 같으면 최소한 양심이 있는 학자라면 나가 죽어야지. 안그럼감/
조원영씨는 도대체 대학은 나왔수? 어느 대학을 나왔간디 그 정도 수준도 안된냐?

이상군 2010-12-13 20:04:45
조씨 집안은 그동안 돈 한푼 출연안하고도 영화를 많이 누리지 않았나.
순전히 공짜로 이사장이네 총장이네 자리 깔고 앉아서 온갖 영화를 누렸으면 됐지
무슨 놈의 영화를 더 누리겠다고 저 지랄이래?
거액의 돈을 내고도 그동안 끽소리 안하고 지켜봐온 설립자 자손에게 한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조씨처럼 저렇게는 못하지. 인간의 탈을 쓰고서? 조원영씨는 그동안 학교 발전을 위해 단돈 10원이라도 보탠적 있소?

마들린엔젤 2010-12-13 18:19:09
왜 자꾸 이러는거야?

박찬조 2010-12-13 16:19:24
동덕여대는 분규 말고는 기사거리가 없나.
하루가 멀다 하고 분규사태로세. 왜 이러는감? 그렇갖고 학생들 강의는 제대로 하는감?
걱정되는구만. 조원영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감?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