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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호흡기와 진통제에 의지해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석 선장은 이날 오전 7시 의료진이 인공호흡기를 떼자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고, 8시32분에는 얼굴을 움찔하며 기적처럼 눈을 떴다. 설날 아침 온 국민에게 큰 선물을 선사한 것이다.
유희석 아주대병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석 선장이) 깊은 호흡을 쉬면서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며 "이후 문 교수가 '선장님 눈을 떠보세요'라고 유도하자 드디어 눈을 떴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청해부대의 피랍선원 구출작전 도중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아 쓰러진 지 열 사흘 만이다. 석 선장의 타고난 건강 체질이 기적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의식을 찾은 석 선장은 병실에 걸린 "석해균 선장님, 이곳은 대한민국입니다"라고 쓰인 큰 글귀의 펼침막을 보자 마음이 편해지는 듯 빙그레 웃음지었다고 한다.
의료진이 '왜 웃느냐'고 묻자 석 선장은 "좋아서"라고 짧지만 또렷하게 첫 마디를 내뱉었다.
또 자신을 위해 밤낮으로 기도해준 부인과 아들 등 가족을 보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러한 소식은 석 선장의 부모형제가 살고 있는 고향 경남 밀양시 무안면 백안동 마을에도 전해져 설날 큰 기쁨을 줬다.
석 선장은 의식 회복과 함께 혈소판 수치와 혈압도 정상 수준을 되찾아 하루 정도 지나면 정상적인 대화도 가능할 것으로 의료진은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빠르면 설 연휴가 끝나는 다음주 초께 추가 수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삼호주얼리호는 지난달 15일 낮 12시40분께 아랍에미리트에서 스리랑카로 이동하던 중 인도양 북부 아라비아해 입구에서 무장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당시 선적에는 한국인 8명 등 21명이 타고 있었다.
한편 청해부대는 1월 21일 오전 4시58분 '아덴만의 여명작전' 이름으로 피랍선원 구출작전에 나서 4시간 58분 만에 해적을 완전히 제압하고 상황을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석 선장은 해적이 쏜 총탄에 옆구리와 배 윗부분 등을 맞고 쓰러졌다. 응급처치 후 오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달 29일 한국으로 이송, 아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안정을 취해왔다.
이성훈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