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진숙 지도위원 공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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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김진숙 지도위원 공개편지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8.1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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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호 회장 귀국을 맞아

그동안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서 많은 국민들이 걱정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보도에 애써주신 기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진중공업은 거듭되는 정리해고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고 너무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해왔습니다. 2년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해서 3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울산, 마산, 율도공장과 설계실 등이 차례차례 폐쇄됐습니다.

이런 문제에 책임을 진 조남호 회장님이 국회 청문회가 결정되자 해외로 출국하면서 문제가 점점 커지고 해결이 지연됐습니다. 이제 귀국을 하셨다니까 결자해지 차원에서, 그리고 이미 전 국민적 근심이 돼버린 정리해고 문제를 진정성을 가지고 해결 하시리라 믿습니다.

노동자에게 왜 해고가 살인인지, 쌍용차에서 왜 15명이나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깊이 생각하셨으리라 믿습니다.

한진중공업엔 이미 2003년, 똑같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나 목숨을 끊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런 뼈아픈 과거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노사 모두에게 상처가 됩니다.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73년을 피땀 흘리고 청춘을 바쳐 일궈낸 공장입니다. 그런 노동자들이 길거리가 아니라 일터로, 가정으로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한나라당에 말씀드립니다. 제가 217일 동안 초지일관 요구한 건 정리해고 철회입니다. 정리해고만 철회되면 오늘 당장 내려갑니다. 청문회를 빌미로 저를 내려오게 하면 사태를 무마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시고 정리해고가 정당했는지를 밝혀 주십시오.

저의 청문회 참석을 조건으로 청문회를 수용하겠다는 주장은 한진 재벌을 비호하려는 의도로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막대한 흑자가 난 기업에서 그 흑자를 만들어낸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노동자들을 더 이상 울리지 마십시오. 더 이상 죽이지 마십시오. 아빠가 회사에 복직하는 게 소원이라는 여덟살 아이의 눈물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십시오.

늦었지만 부디 이제라도 노동자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저를 비롯한 다섯 명의 노동자들이 크레인을 무사히 내려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 땅에서 더 이상 정리해고가 없기를, 비정규직이 없기를 바라는 국민들과 희망버스를 타셨던 분들의 한결같은 염원입니다.

2011년 8월 10일
김진숙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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