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귀부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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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귀부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와인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10.0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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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제이 씨 와인스쿨 원장)

▲ 제이 씨 와인스쿨 김준철 원장.
ⓒ 데일리중앙
와인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에서는 나라 별로 특별한 유래가 있는 유명한 와인들이 많이 있으며 헝가리에서도 유명한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특히 병 걸린 포도로 세계 최고급의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다.

"좋은 와인을 만들려면 좋은 포도로 만들어야지 왜 병 걸린 포도로 와인을 만드느냐? 먹는 걸 가지고 장난치는 놈들은 천하에 제일 나쁜 놈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병 걸린 포도로 와인을 만들다니 그것도 세계 최고급 와인이라니 면서 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이다.

병 걸린 포도로 만든 와인이 세계 최고급 와인이라는 것이... 문제는 아무 병이 아니고 꼭 한 가지 병 즉 귀부병(botrytis)이라는 병에 걸린 포도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급 와인을 만들려고 포도가 이 병에 걸리도록 기다렸는데 만일 엉뚱한 다른 병에 걸리게 되면 그해 농사는 망치게 되는 것이다.

병든 것이 다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좀 바꾸는 유연함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우황청심환하면 아마 여러분들도 잘 아는 한약이 아닌가. 이 우황청심환은 소의 쓸개로 만드는데 건강한 소의 쓸개가 아니고 쓸개에 결석인가 뭔가 생긴 어떻게 보면 소의 병든 쓸개로 만든다고 한다.

따라서 "병 걸린 포도로 최고급 와인을 만들 수도 있다"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 신체적 장애를 딛고서 뛰어난 과학자, 예술가, 철학자, 기업인 등이 된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 병에 걸린 포도는 정상적인 포도와는 다르게 포도 껍질이 얇아지면서 내부의 수분이 증발하게 되는데 이때에 대부분의 포도는 껍질이 진 무르고 터져서 과육이 쏟아지는 등으로 대부분의 포도송이들은 못 쓰게 된다. 아주 일부의 포도송이 중에 터지지 않고 남은 포도 알이 그저 몇 개가 있을 뿐이다.

소량의 터지지 않고 남은 포도 알은 건조하여 수분이 별로 없는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데 이 포도 주스는 정말로 완전 농축 주스가 되는 것이다.

이 포도 주스의 당도가 너무 높아서 효모가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 발효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발효가 끝나도 당분이 많이 남아있어 알코올은 별로 높지 않으면서 단맛과 신맛이 상당히 있는 와인이 된다. 또 귀부병에서 오는 독특하고도 기가 막힌 향을 가진 와인이 된다.

양적으로 이렇게 귀하다보니 이 와인에 대하여 별별 이야기가 전래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 와인을 마시면 남자의 정력이 좋아진다.”는 소문이었다. 이런 소문은 원래 잘 퍼지는지라 멀리 제정 러시아의 황궁에도 전파되었다. 황궁의 황족들이나 귀족들의 부인들이 귀가 솔깃하여서 이 와인을 찾게 되었다.

아마도 이 당시의 왕족들이나 귀족들 중에서는 잠자리에서 부인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었던 모양이다. 시원찮은 남편 때문에 늘 불만이었던 귀부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명약을 구하려 가히 필사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운 좋게 한 병이라도 구하게 되면 이 와인을 침대머리 맡에 두고서 남편들이 이 와인을 마시도록 헸다고 한다.

어떤 부인들은 남편에게 매일 밤 이 약을 반 강제적으로 먹였다는 소문도 있었다. 현대판 비아그라였던 셈이다. 그런데 생산량이 워낙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와인을 구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귀부 와인 때문에 신하들이 집에서 들들 볶기고 산다는 보고에 접한 러시아 황제는 드디어 신하들을 위해 헝가리에서 이 와인을 대량으로 구입하라고 지시했다.
 
그리하여 이 귀부 와인을 헝가리에서 모스코바로 운반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치안이 좋지 못해서 곳곳에서 강도들이 출몰했고 또 산에는 산적 떼들도 많았던 시대라 초기에는 운반해 오던 귀부와인을 산적들에게 강탈당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모스코바의 귀부인들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교양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이는 산적들의 부인들이 이 명약의 효험을 보게 되는 웃기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사실 산적들이야 이 비아그라가 필요 없는 인간들일 텐데···.

이 보고를 받은 러시아 황제는 특명을 내려서 이 와인의 운송 작전에 용맹하기로 소문난 코자크 기병대들을 동원하게 했다. 그 이후에는 이 와인이 큰 차질 없이 공급되고 잘 사용되어 산적들이 아닌 귀족들의 가정에 평화가 왔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독자들께서도 혹시 기회가 되신다면 헝가리의 토카이가 과연 그렇게 탁월한  효험이 있는 지를 시험해 보시기 바란다. 결과에 대해서는 저자가 책임은 질 수 있는 일이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토카이에는 1에서 6 까지 의 푸톤 와인이 있는데 제일 좋은 것은 그 위 등급인 '에센치아'라는 와인이다. 이 와인은 작은 병에 담겨져 있는데 이것은 일회용으로 비아그라 용도로 사용하라는 의미가 아니고 워낙이 귀한 와인이라 작은 병에 담아서 가격을 조금은 싸게 하여 많은 사람들이 맛을 보라는 배려인 것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토카이와 같이 귀부병이 걸린 포도로 만든 최고의 와인은 헝가리 이외의 나라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와 프랑스의 쇼떼른 지방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 등이 있다. 이런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 즉 이런 귀부병이 감염되는 지역은 대부분 초가을에 오전에는 안개가 끼고 오후에는 날씨가 맑아지는 그런 기후인 지역으로 대체로 강가나 계곡 지역에 있다. 
 
요즘에는 이 와인은 비아그라 용도보다 식사한 후에 한잔 하는 식후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식후주로 마실 때도 이 와인은 그저 한두 잔 정도 간단히 마시면 되는 것이지 달콤하다고, 맛이 좋다고 해서 여러 잔을 혹은 한 병씩을 마시는 와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세계 최고급 화이트 와인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 와인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잘만 보관하면 100 년이 지나도 200 년이 지나도 와인의 맛이 잘 유지되는 대단한 와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들은 잘 보관해도 맛이 유지되는 기간이 길어야 50-60년 정도이고 그 이후에는 맛이 점점 약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와인만은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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