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세관, 24시간 격일 근무시키고 12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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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세관, 24시간 격일 근무시키고 121만원?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1.11.05 23: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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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노동자들, 8억8000만원 지급해달라 진정... 세관 "조달청 공시에 따른 것"

▲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공항 내 용역업무와 관련해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공항 소방대 운영 용역 입찰 비리 의혹에 이어 이번에는 인천공항세관 용역 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인천공항세관이 인천공항 여객기 수하물에 전자태그(꼬리표)를 붙이는 노동자들에게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을 지급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자들은 1년9개월치의 미지급금 8억8000만원을 달라며 노동청에 진정을 내고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근로감독 실시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관세청 인천공항세관은 지난 2009년 4월 용역업체 ㅌ업체와 전자태그 붙이는 업무에 대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ㅌ업체는 이때부터 용역직원 50여 명을 고용해 인천공항세관에서 여객기 수하물 전자태그(스티커, 씰을 포함)를 붙이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하루 25명씩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한다. 아침 7시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7시에 퇴근하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받는 임금은 모든 수당을 포함해 한 달에 121만원(기본급 90만3000원) 선. 건강보험료 등을 빼고 나면 116만원 정도가 손에 떨어진다.

ㅌ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지난 3월에 사측을 상대로 대기시간에 대한 임금(체불임금)을 지급하라며 관할 노동청에 한 차례 진정을 냈다.

그러나 노동청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권리가 구제될 가망이 없자 34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8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가입해 사측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노조는  현재 사측을 상대로 강도 높은 교섭을 벌이고 있으나 타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노조는 세관이 하청업체에 주는 임금에는 대기시간을 임금에서 뺀 5시간의 임금만 책정해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작업장에 실제로 머무는 시간은 24시간이지만 꼬리표를 붙이는 작업 시간은 5시간이니 이 시간만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

인천공항의 경우 하루 400~500대의 비행기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비행기는 한 시간에 여러 대 들어올 때도 있고, 몇 시간에 한 대가 들어올 때도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여객기가 들어오면 수하물 라인 앞으로 가서 세관 직원의 지시로 꼬리표를 붙이고, 끝나면 대기실로 돌아가 모니터를 주시하며 비행기 도착을 확인한다. 24시간 이런 식의 작업이 되풀이된다. 이 중 전자태그 붙이는 시간이 5시간, 이동과 대기하는 시간이 19시간이라는 것.

노조는 공항세관과 하청업체 주장대로 태그 부착에 투입되는 시간이 5시간이 맞다고 해도 대기실에 대기하며 모니터를 주시하고 이동하는 19시간은 그럼 뭐냐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들은 지난 9월 공인노무사를 통해 인천 중부고용노동청에 인천공항세관과 ㅌ업체를 상대로 미지급된 법정수당과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라며 다시 진정을 했다. 진정에 참가한 30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1년9개월 동안 받지 못한 법정수당 등 8억8000만원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진정인을 대리하고 있는 김민 공인노무사는 최근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24시간 격일제 노동을 5시간밖에 인정하지 않는) 사측의 입장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진정인들은 대부분 60대 이상 남성 노동자들로 이 일자리에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다. 체불임금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피진정인들(공항세관, ㅌ업체)이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제53조(연장근로의 제한), 제54조(휴게시간)를 위반하고 있다"며 위법 사항에 대해 엄중 처벌을 주장했다.

이번 진정 사건에 노동청은 빠르면 7일, 늦어도 다음 주 안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고용노동청 이유미 근로감독관은 "현장 실사도 마무리했고 양쪽 입장도 다 들었다"며 "빠르면 다음주 월요일(7일)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관은 "노조에서는 24시간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나가서 조사를 해봐도 워낙 특수 형태의 업무라 명확이 근무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어디까지를 노동시간으로 봐야 하는지 특정하기가 쉽지 않더라는 것.

이 감독관은 '양쪽 간에 절충점은 없느냐'고 묻자 "사측은 적정하게 임금을 지급했다는 입장이고, 이에 노조는 지난 1년9개월치를 소급해서 35명에 대해 8억8000만원을 달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타협이 안 된다"고 난감해 했다.

이 진정사건의 원청사업주인 인천공항세관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당사자가 해결할 일에 왜 우리를 끌어들이냐. 업체가 안 움직이니까 우리를 물고늘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인천공항세관 홍보담당관실 김규진 과장은 "인건비 예산을 편성할 때 5시간이 아니라 하루를 계산해 편성한다. 또 인건비 산정은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노조에 강력 항의했다. 격일 근무제니까 한 달에 15일치 임금을 지급한다는 말이다.
 
김 과장은 "조달청에서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체결하면 업체는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우리는 조달청 가격 공시에 따라 확정된 금액(인건비 등의 용역비)에다 물가상승률을 더해 지급하고 있다"며 "나머지는 업체에서 알아서 하는 일인데, 우리가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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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 2011-11-06 13:15:48
저러고도 한 나라의 세관이라고 할 수 있는지 정말 한심스럽다.
공항세관은 조달청 핑계대지 말고 당장 밀린 임금 수당 지급하라.
노동자들 피눈물 흘리게 하면 니들인들 편안히 살 수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