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국가가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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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국가가 배상해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2.05.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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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원고에게 150만원씩 지급하라"... 경찰 재량권에 제동

▲ 지난 2008년 6월 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이명박 정권 심판을 위한 72시간 밤샘 촛불시위가 진행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이날 오전 경찰의 강제 진압을 예비군복을 입은 예비역들이 막아서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2008년 유치장 수용 과정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았던 여성 4명이 국가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앞으로 경찰의 재량권에 상당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조중래 판사는 30일 국가가 원고 4명에게 각각 위자료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피해자들은 2008년 8월 15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돼 유치장에 갇혔다.

신체검사 직후 경찰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규정상 브래지어를 벗어야 한다고 강요했고 피해자들은 길게는 체포시한인 48시간 가까이 브래지어를 벗은 채 유치장에 갇혀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10일 국가를 상대로 각각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국가는 브래지어가 자살 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며 속옷 탈의 조치가 합법적이었다고 강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2003년 이후 국내 교도소·구치소는 물론이고 유치장에서도 브래지어를 이용해 자살을 시도하거나 다른 사람을 위해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에도 브래지어 탈의 조치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경찰이 재량권을 남용해 자의적으로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 사건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GL 강남지점 허윤정 변호사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법원이 경찰의 '유치장 업무편람' 조항 자의적 행사에 대해 부당하고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을 뜻깊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허 변호사는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은 이번 판결로 경찰이 앞으로 여성 연행자들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며, 그간의 관행처럼 여겨져온 경찰의 재량권도 상당부분 제동 걸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간 유현석 변호사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인권운동사랑방과 천주교인권위원회는 판결 이후 논평을 내어 "그동안 여성 유치인의 브래지어를 강제로 탈의시켜 온 경찰 관행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최초로 확인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영한다고 밝히고 "경찰은 불법적인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조치에 대해 사과하고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과 '유치장 업무편람'을 즉시 개정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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