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홍명보의 선수기용과 청와대의 내각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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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홍명보의 선수기용과 청와대의 내각기용
  • 이병익 기자
  • 승인 2014.06.24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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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 정치평론가 겸 칼럼리스트)

▲ 지난 23일 새벽(한국시간)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 예선리그 대한민국 대 알제리 경기에서 손홍민 선수가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알제리 골문을 향해 슈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경기에서 2-4로 완패했다. (사진=KB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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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익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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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잠을 설친 국민들은 한국축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통탄했을 것이다.

바로 전에 러시아와의 경기를 보면서 한국축구가 발전하고 있음을 목도했는데 며칠 만에 탄식으로 바뀐 것은 감독의 책임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한국축구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팬이라면 공통으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홍명보 감독의 대처가 안이했거나 고집스럽게 밀고 나간 것이라는 느낌을 갖는다.

주전선수와 후보선수간의 실력 차가 커서 주전선수만 기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이해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탁월한 능력을 가진 선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실력이 비슷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라면 선수기용에 있어서 폭넓게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컨디션이 과히 좋아 보이지 않는 박주영 선수를 전반전 내내 기용을 한 것은 홍명보 감독의 오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알제리의 기습공격에 우왕좌왕하는 수비수들을 보면서 러시아전의 피로가 덜 풀렸나하는 의심도 들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기용에 있어서 나름대로 최선의 조합을 짜고 출전했을 테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가 과히 좋아 보이지 않았고 특유의 끈기도 사라져버린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후반전에 투입된 김신욱 선수의 활약으로 한국 팀은 돋보였고 이근호선수의 투입도 공격에 활력을 주었다.

오기와 끈기가 돋보였던 손흥민, 구자철, 기성용 같은 선수들의 투혼으로 전 선수가 알제리를 상대했다면 처참하게 4골이나 헌납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홍명보 감독의 역할은 잘 보이지 않았다. 자신감만으로 16강행을 낙관한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잘했으면 감독의 작전능력이 탁월했고 잘못했으면 감독의 무능이라고 탓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홍명보 감독이 보여준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믿고 지지해준 축구팬들은 심한 배신감이 들었을 것이다. 선수기용의 책임은 감독이 지겠지만 감독을 보필하는 코치들과 선수들의 책임도 탓하게 된다. 벨기에와의 경기가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지키는 경기력을 기대해 본다.

대통령의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인사가 매끄럽게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의 내각을 지휘하는 국무총리를 임명함에 있어서 최선의 인사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시중의 의심을 돌아봐야한다. 문창극 총리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 못하다. 그의 발언과 그의 글에서 종교적 색채와 식민지 시대의 역사관이 국민들의 생각과 괴리가 있다. 또한 새롭게 임명동의를 요청한 장관과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도덕적인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 친일 반민족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문창극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의 논문 표절 등 잇따른 도덕적 파문으로 고민에 빠져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조만간 총리 후보자의 거취와 일부 장관 후보들의 거취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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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국가개조론을 완성해야하는 내각의 수장들의 도덕적 결함이 현저하게 드러난다면 역대 정권의 경우처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국무총리와는 달리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심각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인재풀이라는 것이 경력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성에 두다보니 도덕성은 상대적으로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행정의 전문성과 경험을 쌓지 못한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인사는 부처의 수장이 될 길이 없다.

특정부문의 전문성과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므로 장관을 하기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살아온 이력에서 도덕성과 양심에 흠이 있다면 정부의 요직을 맡길 수 없는 것이다. 전문성과 경험을 중시하다보니 관료들과 교수들이 언제나 장관후보자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런 저런 사항을 고려하여 선택했겠지만 역사관에 문제점이 있음이 드러났으니 격에 맞는 총리감은 아니다.

앞으로 군 출신과 경영인, 정치인출신에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할 것으로 본다. 교수, 언론인, 법조인과는 다르게 두루 경험을 했을 것이다. 물론 이들 중에도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분을 찾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내각기용에 있어서 대통령은 축구감독과 흡사한 점이 많다. 선수기용에 있어서 책임을 감독이 지듯이 내각의 장관에 대한 임명의 책임을 결국 대통령이 져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말을 전부 수용할 수는 없겠지만 대통령에 대해서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도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두 부류의 집단들의 공통된 충고라면 대통령이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병익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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