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꽁뻬땅스'없는 한국 정치인... 정치는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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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꽁뻬땅스'없는 한국 정치인... 정치는 아무나 하나
  • 최인숙 기자
  • 승인 2014.12.11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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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정책 쌓는 프랑스 전문 정치인과 인기 좇는 한국의 '스타' 정치인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 정치학 박사이자 미래연 회원인 최인숙 박사가 프랑스의 대통령·정치인과 정치 그리고 미디어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교·분석하는 칼럼을 미래연 홈페이지에 기고하고 있다. 제1편은 정치인의 '전문능력' 또는 '경쟁력'을 뜻하는 프랑스어 '꽁뻬땅스'(competence)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래연의 동의를 얻어 최인숙 박사의 칼럼 전문을 여기에 싣는다. - 편집자 주

▲ 최인숙 박사는 11일 칼럼을 통해 경험·정책 쌓는 프랑스 전문 정치인과 인기를 좇는 한국의 '스타' 정치인을 비교하며 한국의 정치는 아무나 하느냐고 비판했다. (자료=미래연)
ⓒ 데일리중앙
계몽주의 시대 대의제 민주주의가 등장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전문가에게 정치를 맡기자는 전문성의 중시였다.

그럼 정치 전문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정치에 뜻을 품은 자가 정계에 입문하여 기초를 다지고 수차례의 훈련(formations;포르마시옹)을 거친 후, 실제 정치무대로 나와 실전경험을 쌓음으로써 가능하다. 필드를 잘 알고 운용할 수 있는 능력(compétence; 꽁뻬땅스)을 배양한 자, 이들만이 한나라의 정치를 순항시킬 훌륭한 조타수가 될 수 있다.

성공한 '스타' 모셔다 정치 맡기려는 한국의 위험한 정치문화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정치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안철수 현상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더니 이제는 반기문 유엔총장이 차기 리더라고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한다. 이분들은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한몫하는 인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치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전문가들은 결코 아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스타를 모셔다 정치를 맡기려는 우리문화가 위험하다 못해 무모하기 그지없다. 정치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스타정치를 만들려는 한국의 언론이 오피니언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다른 나라도 우리와 같은 사정인가? 프랑스의 유권자는 정치를 정치전문가에게 맡긴다. 2017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주자 물망에 오르내리는 3인방을 보자.

프랑스 사르코지, 쥐페, 르펜은 경험과 정책 갖춘 정치베테랑들

사르코지(Nicolas Sarkozy), 알랭 쥐페(Alain Juppé), 마린 르펜(Marine Le Pen). 이들은 평생 정치를 해 온 정치 베테랑(Vétéran)이다. 사르코지는 우리가 잘 아는 정치인으로 30대부터 대통령이 되고자 꿈을 키웠던 인물이다. 2007년 52세의 나이로 대통령의 권좌에 올랐다.

쥐페는 정치경력 40년의 전문가로 시라크(Jacques Chirac)정부에서 수상을 지냈고, 사르코지 정부에서는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는 보르도 시장을 맡고 있다.

마린 르펜은 국민전선(Front national)의 장마리 르펜(Jean-Marie Le Pen)의 딸로, 18세에 정계에 입문하여 정치 훈련을 받고 2011년에는 선거를 통하여 당수에 올라, 차기 유력한 대선 주자로 주목 받는 46세의 야멸찬 정치인이다. 이 3인방은 모두 정치무대에서 울고 웃고 부대끼며 잔뼈가 굵었고, 그러는 동안 프랑스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정책을 가지고 있다.

한국 유권자. 언론은 '새인물' 만 급급... 대의제 정치 올바로 이해해야

이 풍경들은 2017년 대선 물망에 오르고 있는 한국의 주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의 유력 정치인과 유력 대선후보 중에는 꽁뻬땅스가 부족하고, 특히 국민의 고민을 헤아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이러한 연유로 유권자들이 새 인물에 갈급하니 그들을 마냥 나무랄 수만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정치는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이 국민의 인기만 있다고 덤빌 수 있는 무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직업정치인은 자기 영역을 ‘스타 정치인’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다면 꽁뻬땅(compétant)한 전문가로 변신하기 위하여 보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과 언론도 우리 정치인들을 질타하고 식상해만 하지 말고, 애정을 가지고 응원도 해 주고 지켜봐주는 인내력을 발휘해 보라. 분명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가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바람직한 정치환경이 조성될 때, 우리의 대의제 민주주의는 역풍을 피하고 순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최인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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