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05] 천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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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05] 천년초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5.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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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식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인장처럼 유별난 식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잎은 없고 줄기가 전부인 몸, 그 위에 피어나는 꽃이나 열매까지... 무엇 하나 일반적인 식물과 같은 게 없습니다.

공동체 회원들과 트레킹을 하다 밭에 있는 천년초를 보고 걸음이 멈춰진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기형적이기도 한 그 모습에 이끌려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우리나라 토종이라는 손바닥 선인장. 한번 피면 천년을 간다해서 천년초라 불린다지요. 찌는 듯한 더위에도, 영하 20도의 혹한에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합니다.

선인장도 처음에는 저렇지 않았답니다. 무덥고 황폐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방울의 물조차 아끼고 아끼다 보니 잎이 퇴화되어 저렇게 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선인장의 저 기형적인 모습이야말로 천년을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의 원천이 아닐런지요.

까무잡잡한 피부에 주름 투성이의 얼굴, 돌처럼 단단한 손에 작고 야무진 몸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수성가한 분들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우리 서민들의 보편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렵고 힘든 세상 속에서 치열하게 살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얼굴이 시꺼멓고 주름이 진다는 것은, 손이 거칠고 각질이 인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요, 안타까운 일도 아닙니다. 내놓고 자랑할 일은 아니라해도 감추고 숨길 필요도 없습니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징표요, 그 결과일 수 있으니까요.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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