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반영한 신조어들... '졸업 백수' '방살이' '실업예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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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반영한 신조어들... '졸업 백수' '방살이' '실업예정자'
  • 이성훈 기자
  • 승인 2009.02.04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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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세계 금융 위기로 촉발된 경기 불황은 취업시장 위축과 구조조정 가속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년 실업난과 직장인들의 고용 불안 세태를 반영한 각종 신조어들이 유행했다.

취업포털 커리어는 4일 2008년 취업시장에 새로 등장했거나 유행한 신조어를 발표했다.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최근 등장한 취업 신조어들을 살펴보면 급속하게 냉각된 취업시장으로 인해 다른 해보다 취업을 비관적으로 바라본 신조어가 눈에 많이 띈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채용 규모가 전년대비 최소 15% 이상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실업예정자' 혹은 '졸업 백수'로 부르고 있다. 이에 숙명여대가 졸업을 한 뒤에도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학사 후 과정'을 도입하기로 해 주목을 받았다. 학사 후 과정은 졸업생들에게 취업용 애프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구조조정과 명예퇴직이 크게 늘면서 '100만 백수가장'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가족을 부양해야 할 30~40대 실직자들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처럼 신규 취업이 크게 줄고,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심화된 고용 부진은 고용 한파를 넘어 이제는 청년 실업 100만명의 '고용 빙하기'시대로 불리고 있다.

'고용 빙하기' 시대 속에 청년구직자들은 '88만원 세대'에서 '인턴 세대'로 갈 곳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 인턴십은 직장 체험을 미리 해보고 직무에 필요한 능력을 배운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요즘 인턴 세대는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한시적 공공근로자나 단기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인턴 세대로 합류하지 못할 경우 어쩔 수 없이 고시로 눈을 돌려 '방살이(고시나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해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것)'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장기화된 취업난 속에 대학가의 핫 키워드는 '스펙(학력·외국어 점수·학점 등 취업 조건)'이었다. 취업 스펙을 높이기 위해 편입학을 거듭하며 몸값을 올리는 '에스컬레이터족'과 전공 과목 외에 토익 등의 취업 강좌를 찾아다니는 '강의노마드족'은 대학가에서 보편화된 지 오래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과 달리, 이십대에 스스로 퇴직을 선택한 '이퇴백'도 등장했다. 최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무원 및 공기업 등에서 '이퇴백'을 택한 뒤 자신만의 진로를 새롭게 설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급한 마음에 취업부터 했다가 적성이나 근무조건이 맞지 않아 조기 퇴사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

'오륙도(50~60대에 계속 회사 다니면 도둑놈)'에서 '사오정(45세쯤 되면 정년퇴직)'으로, 다시 '삼팔선(38세에 회사에서 퇴출)'을 찍은 퇴직 관련 신조어는 이제 '삼초땡(30대 초반에 명예퇴직)'으로 그 연령대가 점차 낮아져 직장인들의 고용 불안 실태를 여실히 반영했다.

메신저가 직장 내에서 업무용으로 폭넓게 활용되면서 '오피스 메신저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최근 들어 사무실에서만큼은 실제 배우자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오피스 와이프'나 '오피스 허즈번드', 혹은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를 두는 직장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오피스 스파우즈는 직장 내에서 이성적으로 사랑하진 않지만 마치 아내와 남편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는 직장 동료를 일컫는 신조어다.

완벽한 비교 대상이 되는 아이를 가리켜 일컫는 '엄친아(엄마 친구의 아들)', '엄친딸'의 다음 레벨 격으로 불려지는 '부친남(부인 친구 남편)'은 연봉이 높고, 아내에게 자상하며, 얼굴도 잘 생긴 다재다능한 남자를 일컫는다.

이밖에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한 'BMW족'(버스나 자전거, 지하철(Metro), 도보(Walk)로 이동하는 사람들)과 '웰빈족'(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못해도 폼나게 빌붙는 부류)도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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