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34] 생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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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34] 생명수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6.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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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마침내 그분이 오셨습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쓰러진 생명들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던지, 잠깐이나마 시간을 내 대지를 적셨습니다.

그러자 이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앉아 있지도 못해 드러누웠던 생명들이 벌떡 일어나 몸을 곧추 세웠고, 누렇게 떠 있던 빛깔도 푸르게 변했습니다. 단비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생명수였습니다.

그런 빗님의 행차를 방안에서 맞을 수는 없는 일. 베란다로 뛰쳐나와 두 손을 옆으로 모았습니다. 투둑 투둑, 손바닥에 부딪쳐 부서지는 빗방울. 마음도 덩달아 촉촉히 젖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메말라 있었던 건 대지 뿐이 아니었습니다. 메르스로 표출된 극심한 혼란과 불신과 불통. 그로인해 더욱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 저의 가슴 또한 마를대로 말라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탁자에 부딪쳐 부서지는 빗소리가 제 가슴 속에서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모르긴해도 님의 가슴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잠시 시간을 내 들어 보십시오. 대지를 적시고 생명을 일으키는 저 빗줄기가 님의 가슴 또한 촉촉하게 적셔줄 것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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