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빈약한 복지가 자영업 비대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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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빈약한 복지가 자영업 비대 불러"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5.06.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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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주의 불평등 심화 초래... 복지확대 위한 사고의 대전환 역설

▲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25일 한국이 경제성장주의를 고수할수록 불평등만 심화되는 불행을 낳을 뿐이라며 현재의 복지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김주미 기자] 한국이 경제성장주의를 고수할수록 불평등만 심화되는 불행을 낳을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성장을 위해서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란 위상에 걸맞지 않는 현재의 복지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25일 "우리 한국인은 반세기 동안 성장지상주의의 주술에 사로잡혀 살아왔다"면서 "오랫동안 성장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앞만 보고 질주해왔지만 역설적이게도 대단히 살기 어려운 나라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미래연 이사장인 이 교수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리는 정책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주제발표문을 통해 이렇게 밝히고 "한국만큼 성장에 집착한 나라도 없을 것 같은데 분배를 지나치게 무시한 결과 양극화로 인한 내수시장의 경색으로 성장 자체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맹목적인 경제성장주의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실상을 다룬 '한국은 왜 살기 어려운 나라인가'라는 주제발표에서 한국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중요한 구조적 요인으로 △비정상적인 복지 수준 △비정상적인 땅값 △비정상적인 저임금등 세 가지를 꼽았다.

복지 문제에 대해 이 교수는 "중앙정부 예산 중 복지예산 비중이 겨우 30%인 나라에서 복지과잉, 복지포퓰리즘을 걱정하는 것을 외국에서 알면 코웃음을 칠 것"이라면서 "세금, 복지 규모에서는 항상 저부담-저복지이면서 정부 및 시장의 기능 면에서는 통제 위주의 박정희식 관치경제와 자유방임적 영미형 시장만능주의가 혼합되어 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빈약한 복지와 자영업 비대는 동전의 앞뒷면"이라고 지적하고 "보육, 의료, 교육, 요양 등 사회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니 갈 데가 없는 인력이 모두 살 길을 찾아 식당, 택시, 미장원 등 생계형 자영업에 몰려갔고 과당 경쟁 때문에 살기 어려워 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토지 문제의 경우 "지난해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토마스 피케티의 피케티계수(한 나라의 순자산을 그 나라의 국민소득으로 나눈 β값)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6을 넘지 않는데 한국에 대해 일부 경제학자들이 계산해본 결과 놀랍게도 7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케티계수가 높은 것은 주로 부동산 가격이 높기 때문인데 최근 발표된 한국의 국부조사에서 부동산이 전체 부의 9할 가까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한국의 피케티계수가 7이 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비싼 땅값을 낮추는 것은 한국 경제의 수출경쟁력 회복, 기업과 구멍가게의 수익성 회복, 영세 서민의 고통 경감 등 엄청나게 큰 플러스 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경착륙은 위험하므로 비싼 땅값을 서서히 떨어뜨리는 연착륙이 바람직하지만 토지 보유세를 강화해 땅값을 인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노동 문제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임금노동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보다 상당히 높은 25%선을 기록하는 등 한국만큼 비정규직이 많은 나라는 없으며 한국만큼 심한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도 세계적으로 드물다"라고 말했다.

법정 최저임금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저임금을 줄이고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날 제1부 토론회에서는 신광영 중앙대 교수가 발표한 '중산층 추락, 날개는 없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개인소득자 전체를 대상으로 소득분포를 조사해 지난해 화제를 모은 적 있는 김낙년 동국대 교수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토론을 벌인다.

이어 '복지는 왜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가 발표를 한 뒤 최영준 연세대 교수, 양재진 연세대 교수와 토론한다.

이정우 교수는 '한국은 왜 살기 어려운 나라인가?'를 주제로 김창엽 서울대 교수, 윤영진 계명대 교수와 함께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성경륭 한림대 교수의 사회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 해법과 함께 복지국가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될 제2부 토론회에서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복지국가, 불평등 해소의 대안인가'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 복지국가의 미래'를 주제로 각각 발표를 할 예정이다.

미래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설립한 정책연구소다. 이날 토론회는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한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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