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44] 개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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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44] 개복숭아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7.01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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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집 주위에 많이 있는 개복숭아입니다.

복숭아지만 앞에 '개'라는 접두사가 붙어 있습니다. 복숭아라고 다 같은 복숭아냐? 야산에 버려져 관리도 안되는 이런 것들을 재배 복숭아와 동급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해서 앞에 천하다는 뜻의 '개'자를 붙였습니다. 개다래, 개살구, 개두릅, 개호두 다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상황이 변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볼품에서 웰빙으로 옮겨지면서 '개'자는 천한 것을 가리키는 낙인이 아니라 무공해, 자연산 등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개복숭아도 마찬가집니다. 발효액을 만들어 한두 숟갈씩 마시면 천식과 기관지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재배 복숭아보다 더 귀하게 대우받고 있습니다.

개복숭아의 명성은 매실과의 관계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집집마다 매실 발효액을 담그던 몇년 전 더러는 매실에 개복숭아를 섞어 팔았다고 합니다. 모양이 비슷하니 매실에 끼워 판 것입니다.

요즘에는 오히려 개복숭아에 매실을 섞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인생역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이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내가 하는 일이 지금은 천하고 볼품이 없더라도 언제까지나 그러리라는 법은 없잖습니까? 천직으로 생각하고 묵묵히 하다보면 상황이 뒤바뀌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저 개복숭아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로또나 복권을 살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묵묵히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 저 개복숭아가 가르쳐주는 인생역전의 지혜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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