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울산보도연맹 유족에 200억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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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울산보도연맹 유족에 200억원 배상하라"
  • 이성훈 기자
  • 승인 2009.02.1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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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첫 배상 책임 인정... 새사회연대, 법원 판결 높이 평가

6.25 전쟁 직후인 1950년 8월 정부가 좌익 전향수와 양심수 등을 집단 학살한 이른바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들에게 국가가 200억원대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재판장 지영철 부장판사)는 10일 울산 국민보도연맹 사건 유족 50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모두 51억46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명령한 배상액은 지급 기준일을 학살 사건 당시인 1950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배상액은 59년 간의 지연 이자를 감안할 때 2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 보도연맹 사건은 6.25가 터지자 정부가 좌익 관련자를 전향시키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1949∼1950년 사이 조직한 국민보도연맹 회원들을 북한과의 접촉을 우려해 구속시키면서 촉발했다.

당시 장석윤 내무부 치안국장의 지시를 받은 울산경찰서와 국군 정보국은 울산 보도연맹원을 소집ㆍ구금했다가 경남 울산군 대운산 골짜기와 반정 고개 일대에서 집단 총살했다.

지난 50여 년 간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이 사건은 2006년 10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상 조사를 개시, 2007년 11월 희생자 407명을 확정하면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집단 학살 사건으로 밝혀졌다.

이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사건 발생 59년이 지나서야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1960년에 유해가 발굴됐지만, 유족이 희생자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지 못하는 등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고 2007년 위원회의 희생자 명단 발표로 비로소 진실을 알게 됐다"며 "손해배상청구 시효가 소멸돼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결이 나오자 새사회연대 등 관련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내어 반겼다.

새사회연대는 "전쟁 시기라고 하더라도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위법으로 재확인하고 학살 이후 진실 규명 지체로 인한 인권 침해 구제 지연에 대해 국가에 응당의 책임을 물은 판결로써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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