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철거에 울음 터뜨린 주연이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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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철거에 울음 터뜨린 주연이 남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10.11 13: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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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광명시 광명6동 철거촌 명도집행... 주민 10여 명 병원 후송

▲ 11일 사는 집의 강제철거 등으로 부모님과 떨어지게 된 한주연(10)-상우(9) 남매가 "엄마! 아빠!" 찾으며 서럽게 올음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들은 주연이 남매 등 6명의 아이들이 이날 새벽부터 7시간 가까이 용역철거반에 의해 쪽방에 갇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경기도 광명시 한 철거촌에 11일 새벽 4시20분께 용역철거반 100여 명이 들이닥쳤다. 광명6동 759-26번지 일대 7만4192㎡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지구 안 우성빌라 1가구에 대한 명도집행을 위해 빈집을 먼저 헐기 위해서다.

굴삭기와 큰 망치 소리에 놀라 잠이 깬 주연이(10 광일초 4)와 동생 상우(9 광일초 3)는 울음을 터뜨렸다. 철거반은 이런 아이들을 주변 쪽방에 모아놓고 출입을 막았다. 이러는 사이 건너편 우성빌라 세입자 16명과 초등학생 6명은 옥상으로 올라가 철거반과 대치했다. 결국 아이들은 이날 학교에 가지 못했다.

낮 12시. 7시간 가까이 쪽방에 갇혀 있어야 했던 주연이 남매는 기자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통곡했다. "엄마! 아빠!"를 부르며 아이들이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이날 오전 9시께 용역직원 10여 명을 동원하여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사업지구 내 세입자 1가구에 대해 명도집행을 실시했다. 뒤이어 철거반은 큰 망치로 유리를 깨고 굴삭기로 빈집과 나머지 건물을 허물었다.

물대포 공격
용역철거반이 옥상에서 오물 등을 뿌리며 저항하고 있는 세입자들을 강제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방패를 들고 용역철거반을 보호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철거반은 이날 물대포와 소화기를 쏘며 옥상으로 올라가 저항하는 세입자들을 강제 진압에 나섰고 세입자들은 오물과 돌 등을 던지며 격렬히 맞섰다. 오전 내내 밀고 밀리는 대치전이 이어지다 11시32분 철거반이 건물 안으로 밀고 들어가 옥상에서 저항하던 세입자들을 완전히 제압하면서 상황이 끝났다. 

이 과정에서 철거반과 세입자들 간의 유혈 충돌로 양쪽에서 50여 명이 다치고 이 가운데 10여 명은 구급차에 실려 급히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특히 옥탑에서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던 세입자 최이남(43)씨가 철거반의 발길질에 2m 아래로 나뒹굴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최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광명성애병원으로 실려갔고 옥상에서 함께 저항하던 박형수(32), 권순애(56)씨도 철거반의 무차별 공격을 받아 실신했다.

경찰은 이날 1개 중대 병력을 현장에 배치했으나 양쪽의 충돌을 막지는 않았다.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혈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 이날 옥상에서 목숨을 건 생존투쟁을 벌이던 한 세입자(아래쪽)가 용역철거반의 공격을 피해 3층 옥상에서 난간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위쪽에 매달려 있는 사람은 이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 옥상에서 따라 내려오고 있는 용역철거반원.
ⓒ 데일리중앙 석희열
세입자 김만중(43)씨는 "꼭두새벽에 용역들이 들이닥쳐 아이들을 학교도 못가게 하고 밥도 못먹게 하고 정말 동물을 학대도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용역깡패들의 무차별 공격에 사람이 실신해 쓰러져 있는데도 119 구급차는 오지 않았고 경찰은 구경만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세입자들은 폐허가 된 건물 옆에 천막을 치고 주거권 보장을 외치며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원 관계자는 "집주인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법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명도집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사 쪽도 "이주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일부 세입자들이 집을 비워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강제집행에 나섰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명도신청을 접수한 나머지 집에 대해서도 다음달께 명도집행에 나설 예정이어서 또다시 큰 충돌이 우려된다.

▲ 이날 새벽 5시께부터 오전 11시32분까지 주거권 보장을 외치며 옥상에서 생존투쟁을 벌이다 용역철거반의 강제 진압에 실신해 있는 박형수(왼쪽. 32)씨와 권순애(56)씨.
ⓒ 데일리중앙 석희열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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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2007-10-15 15:04:24
어떻게 백주대낮에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은 폭력장면을 구경만 하고 있고. 실신해서 쓰러져 있는 주민들이 경찰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 제눈에는 오직 권력과 돈만 보인다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