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도(농부 작가)
겹겹이 돋아난 하얗고 길쭉한 꽃잎들. 그 모양이 그릇에 수북이 담긴 이밥(쌀밥) 같다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지요.
저 꽃이 피는 시기가 모내기철이랍니다. 보릿고개라 불리던 배고프던 시절, 모를 내는 농부들의 마음은 하나였을 겁니다. 하얀 이밥 한번 실껏 먹어봤으면...
그런 농부들의 눈에 비친 것이 저 꽃이었으니 이밥처럼 보일만도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일까요. 농부들은 저 꽃을 보며 결실을 점친다고 합니다. 저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농사도 시원찮다고 말입니다.
저 꽃이 필 때의 기상이나 날씨가 벼농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막연한 감상으로 하는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말로만 들었지 저도 처음 본 이팝꽃이 저렇듯 탐스러우니 올해 제 농사는 분명 대풍이 될 것 같습니다.
제 농사 중에서 가장 큰 농사가 님과의 관계. 올 가을 님과 저 사이의 인연이 저 꽃처럼 탐스럽게 결실을 맺으리라 생각하니 제 가슴에도 이팝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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