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02] 다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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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02] 다슬기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5.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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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흔히들 산에 가면 굶을 일이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산에는 먹을 것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어디 산만 그렇겠습니까? 자연이 주는 선물은 강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어제는 모처럼 집에 온 아들을 데리고 잠시 산 밑의 남한강가로 나갔습니다. 오래전부터 벼려온 다슬기를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물 속의 돌 위에 다닥다닥 붙은 다슬기. 겨우 한시간 정도 건졌는데도 봉지가 묵직했습니다.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민물조개는 보너스였습니다.

그렇게 건진 다슬기를 깨끗히 씻어 삶은 다음, 나무에서 꺾어온 가시로 하나하나 빼 먹었습니다.

바닷패류와 달리 담백한 맛에 쫄깃쫄깃한 식감, 거기에 간을 보호해 술꾼에게 좋다니 힘이 들고 감질맛도 나도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밤이 늦도록 얼마나 빼 먹었는지 지금도 입안에는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어수리에 조팝차에 몸도 마음도 바쁘지만, 그래도 이따금 이런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이 또한 농촌에 사는 즐거움이 아닐런지요.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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