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22] 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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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22] 담쟁이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6.03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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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란 시를 읽고 나자 담쟁이가 참 크고 대단해 보였습니다. 너무 쉽게 포기하고 돌아서는 우리에게 도전과 용기를 가르쳐 주는 전사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나무를 타고 오르는 저 모습을 본 순간, 그런 이미지는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자신을 도와준 나무를 타고 올라 못살게 굴고, 심하면 죽게 만드는, 악의 화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고보면 어떤 능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재주가 있어도 남을 해치고 괴롭히는데 쓴다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할 테니까요. 저 담쟁이처럼 말입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하겠지요. 내가 가진 것이 비록 작고 보잘 것 없더라도 정말로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곳에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크고 값진 능력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능력이나 재주보다 그것을 쓰는 방향과 대상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담쟁이를 통해 배우는 또 하나의 삶의 교훈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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