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21] 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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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21] 근절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6.0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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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지난 편지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잡초의 생명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아무리 밟고 뽑아도 다시 돋아나는 것을 보면 그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잡초의 입장일 뿐 그와 매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그것처럼 힘들고 고약스런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뽑으면 쑥쑥 뽑히는 것들은 덜한대 저런 것들은 여간해선 뽑히지도 않습니다. 힘껏 잡아당기면 뚝하고 줄기가 끊어질 뿐입니다.

작년까지만해도 끊어지면 그냥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힘이 들고 시간이 걸려도 땅을 파헤쳐 뿌리까지 뽑아냅니다. 그러지 않으면 금방 또 풀이 돋아나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으니까요.

생각해보면 인생에서도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조금 힘들고 귀찮아 그만하면 됐다고 지나쳤다, 그것이 화근이 되어 낭패를 본 경험이 기억나는 것만도 서너 차례는 됩니다.

크게는 사회나 국가도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해방후 7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친일청산이 사회적 현안으로 대두되는 것. 반민특위까지 만들어 뿌리뽑으려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냥 넘겨버린 때문이 아닐런지요.

뽑을 때 뿌리까지 뿌리뽑지 않으면 도리어 화근으로 다가오는 것. 저 잡초나 인생이나 역사나 다 같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들더라도, 조금 야박하고 지독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그로인해 작물이 조금 피해를 입더라도, 김을 맬 때는 땅을 파헤쳐 뿌리까지 뽑아냅니다.

뒤돌아서면 다시 또 돋아나는 화근을 그냥 남겨둘 수는 없으니까요.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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