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28] 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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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28] 유전?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6.10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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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와송의 잔가지를 솎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새끼와송이 어미와 판박이로 닮았다는 것을.

사진에서 보듯 와송은 모양이나 색깔이 다양합니다. 얼핏 보면 그게 그것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모양도 색도 다 다릅니다.

하지만 옆에 돋아난 새끼와송들은 복사라도 한 것처럼 어미와 똑같습니다. 떼어내 옮겨 심어도 같은 모양으로 자라납니다.

그래서 가지를 솎을 때는 구별을 합니다. 모양이 좋고 튼튼한 와송의 가지는 다른 곳에 옮겨 심었다 내년에 모종으로 쓰지만, 틀어지고 비실거리는 놈의 가지는 솎아서 버립니다. 애써 키워 봐야 같을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부모나 환경의 영향을 받는 건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부모를 보면 자식을 알 수 있고, 살아온 환경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와송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와송과 다른 것이 있습니다. 생각과 의지라는 것입니다. 와송이야 주어지는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사람은 의지와 노력에 따라 그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요즘의 세태를 보면 사람 또한 저 와송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부모와 환경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사회, 의지와 노력은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회,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마저 사라진 사회...

이러한 작금의 세상이 어미를 보고 새끼의 운명을 결정하는 이 와송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할수록 속이 답답해 가지를 솎는 손이 힘없이 축 늘어집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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