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도(농부 작가)
빛만 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녀석들. 타 죽는 줄도 모르고 들이대는 그 무모함으로 인해 어리석음의 대명사로 통하는 불나방입니다.
예전에는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등 속에 사체로 남아 있는 녀석들을 볼 때마다 조소 섞인 비웃음이 저절로 튀어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어둠 속에서 빛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싶기도 하고, 그래도 빛을 본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열정이 부족한 세태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가치든 죽음을 불사하고 추구할 대상이 있다는 것. 행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불행이라 단정지을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생의 행과 불행은 시간의 길고 짦음이 아니라 만족도의 크기에 따라 갈리는 것이니까요.
내 삶에도 저렇게 뜨거운 적이 있었던가? 지금이라도 저렇게 뜨거울 수 있겠는가? 불빛 앞에서 서성대는 녀석들을 보며 제 스스로에게도 자문해 보는 한여름밤의 단상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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