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43] '사이'의 법칙?
상태바
[태화산 편지 343] '사이'의 법칙?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6.30 08: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제가 사는 이곳이 깊은 산중임은 분명하지만 온라인까지 그런 것은 아닙니다. 광통신에다 와이파이도 빵빵 터지니 웬만한 도시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문명의 혜택을 이용해 이따금 강정호 선수가 활약하는 미 프로야구 경기를 핸드폰을 들고 다니며 보기도 합니다.

수만리 떨어진 미국 땅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이 산중에서도 실시간으로 보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야구를 볼 때마다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 미트에 닿기까지의 0.4초. 그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각기 다른 반응이 타자의 능력을 좌우한다는 사실입니다.

평범한 타자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배트를 휘두르지만 뛰어난 타자들은 그 짧은 순간에도 구종과 방향을 판단해 반응합니다.

0.4초라는, 자극과 반응의 사이를 활용하는 능력. 그것에 따라 뛰어난 타자, 평범한 타자가 갈립니다.

그 '사이'의 법칙(?)은 일상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어떤 자극이 있을 때 소인들은 즉각 반응합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조금의 틈도 없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문을 막고 목소리를 높이고, 뜻도 이해하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히며 달려듭니다.

하지만 대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상당한 시간이 존재합니다. 아무리 기분 나쁜 말이나 행동으로 자극해도 허허 웃으며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합니다.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고 바람직한지를.

솔직히 고백하면 저도 그 사이가 짧습니다. 생각이나 판단보다 말이나 행동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조금씩 길어지고 있습니다. 태화산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침묵과 경청. 저 산이 매일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까요.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