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가유공자 가족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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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가유공자 가족의 눈물
  • 이병익 기자
  • 승인 2018.09.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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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칼럼리스트)
▲ 이병익 칼럼리스트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이병익 기자] 내가 잘 아는 선배 중에 김광인이라는 형이 있다. 그의 어버지는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으며 어머니는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면서도 심성은 매우 곧고 바른 분이다. 사실 이 분의 선친은 매우 특별한 분이다. 6. 25 전쟁 때 육군 대위의 신분으로 구월산 유격대를 만들고 이끈 김종벽 구월산 유격대의 초대 대장이시다. 공산군의 침공에 맞서 민간인들을 훈련시켜서 적을 교란하고 적진에 침투하여 유격전을 전개하는 등 현역군인들도 감히 할 수 없었던 유격전을 펼친 구월산 유격부대원들의 수장이셨다.

구월산 유격부대의 활약상은 널리 알려져 있다. 김종벽 대장은 전쟁중에 모략과 음해로 유격부대를 떠나게 되고 이른바 대화도 사건으로 구월산부대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감되는 기막힌 일을 당하게 된다. 김종벽 대장은 소령으로 복귀명령을 받고 구월산을 떠나고 대원들은 13개월의 수용소 생활을 견디고 반공포로 석방때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된다. 김종벽 대장은 2012년도에 무공이 인정되어 훈장이 추서되고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김광인의 어머니는 구월산 유격부대의 여대장인 이정숙 대장이다. 같은 부대에 근무한 인연으로 두 분은 사랑하게 되었고 두 자녀를 낳았다.

김광인의 모친인 이정숙 구월산부대 여대장은 2015년에 비로소 무공훈장이 추서된다. 그해 보훈처에서 지정한 이달의 호국영웅으로 명명되기도 했다. 부부가 무공훈장을 각각 받은 사례는 동, 서양을 막론하고 김종벽대장과 이정숙대장이 유일하다. 그동안 부모님의 빛나는 역사를 기록하고 훈장추서에 노력한 김광인의 노고가 각별했다. 가진 것이 없었던 김광인은 정부의 공공임대아파트에 살면서 임시직, 노무직을 전전하며 모아온 돈을 부모님의 역사찾기에 탕진하고 힘든 세월을 살아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공자의 가족을 청와대로 초대하여 군번없는 노병들의 처우개선을 약속하였고 가족들에 대한 생활고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단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당시 보훈처장이었던 박승춘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김광인씨의 힘든 생활로 인하여 필자는 당시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부모님을 호국영웅으로 둔 사람에게 보훈처에서 일자리 하나만이라도 주선해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했었다. 필자는 박근혜 정부의 탄생에 기여한 사람으로 참담한 마음을 가졌었다. 필자의 부친도 6.25 전쟁때 서해안 해상공작대 K.L.O 대장출신으로 황장엽선생의 망명을 성사시킨 대한민국의 영웅이라고 믿고 있다. 보수정부는 전쟁영웅에 대한 예우에 소홀했다. 지금도 눈물을 흘리는 영웅들과 가족들의 비참한 생활에 누구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김광인씨는 지금 폐암 투병중이다. 폐암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라고 한다. 필자의 선친도 폐암으로 돌아가셨고 김광인씨도 폐암 말기의 진단을 받고 꿋꿋하게 버텨내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을 지켜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 가득한 전쟁영웅들. 그 중에서도 군번없이 싸운 전사들에게 국가에서 보상이 없으면 앞으로 누가 국가를 위해서 한 몸을 바치겠다는 결기를 보이겠는가?

무공수훈자의 가족은 보훈병원에서 60% 감면해준다던가. 부모님을 전쟁영웅으로 인정한 국가가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김광인씨에게 어떤 혜택을 주어야 마땅한지 답을 해보라.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정부가 하지 못한 호국영웅들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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