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현행 부동산 매입임대 사업의 허와 실 취재
상태바
PD수첩, 현행 부동산 매입임대 사업의 허와 실 취재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0.01.25 2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현행 부동산 매입임대 사업의 허와 실을 'PD수첩'에서 집중 취재했다.
ⓒ 데일리중앙
2009년 12월 중순, 광주광역시에서 '부동산 임대사기'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ㅍ 임대업체 대표 이모 씨에 이어 광주에서 860여 가구의 아파트를 가진 ㅁ임대업체 대표 문모 씨가 또 다시 잠적한 것이다. 광주지역에서만 1,600세대에 달하는 세입자들이 임차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경매 불안에 떨고 있다. 서민들의 주택난 해소를 명분으로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진 정부의 혜택과 그 허점을 이용해 서민들을 울리는 부동산 매입임대사업의 허와 실을 PD수첩에서 취재했다.

광주광역시 오치동 한 아파트에 4개월 전부터 세 들어 사는 ㄱ씨. ㄱ씨는 지난해 말, ㅁ임대업체 대표 문모 씨로부터 '아파트 분양전환 안내문'을 받았다. "임대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임대차 계약 중인 물건에 대해 매매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문 씨는 매매대금으로 시세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 18평인 이 아파트의 경우 현재 시세는 3700만 원 정도다. 그러나 전세금으로 잡혀 있는 금액이 3,600만 원이고, 은행에 상환해야 할 대출금(국민주택기금)이 1,00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인테리어비 명목으로 별도의 웃돈 300만 원 가량을 더 요구했다.

"적은 돈이지만 꿈이 무너진 거예요. 여기 들어와서 우리 애들이랑 너무 좋아가지고 궁전이라고 불렀거든요." 꿈에 부풀어 입주한 전셋집은 ㄱ씨 가족의 미래를 앗아 버렸다.

지난해까지 신용불량자였던 ㅂ씨. 빚을 갚고 어렵게 모은 전셋돈을 기반으로 새 출발을 하려던 ㅂ씨에게 날아든 ㅍ임대업체의 분양전환 안내문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분양 받을 형편이 되지 못한 ㅂ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앞으로 다가올 ‘경매’를 기다리는 일 뿐이다.

 
임대사업자 문모 씨는 지난 2003년부터 2009년 초까지 약 5년 여간 860여 채에 달하는 임대아파트를 사들였다. 평균가 5천만 원의 아파트 860여 채를 매입하려면 약 430억 원이 필요하다. 과연 문모 씨는 그만한 자금을 보유한 자산가일까?

그는 은행권 대출과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20평형 대의 소형아파트를 매입했고, 매입한 주택의 전세금을 받으면 그 돈으로 또 다른 주택을 사는 방법으로 5년 3개월 만에 860채의 아파트를 이른바 '피라미드식'으로 늘릴 수 있었다. 임대업자 문모 씨의 위임을 받은 부동산 과 전세계약을 한 860여 세대의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매입임대사업자라는 사실 또한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다.

PD수첩 제작진은 사라진 임대업자 문모 씨의 행방을 찾아 나섰다. 숙소 겸 사무실 용도로 사용한 아파트는 이미 텅 빈 상태, 그는 가족과도 오랜 기간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어렵게 문모 씨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문모 씨는 어떻게 주택 860여 채를 가진 자산가가 될 수 있었을까?

광주광역시는 매입임대사업자들의 천국이다. 국토해양부의 '임대사업자 및 임대주택 현황'에 따르면 광주의 매입임대사업자는 569명, 임대호수는 1만 3879가구에 이른다. 이는 전국 광역시 중 부산 다음으로 많은 수치이며 전국 16개 시도에서 4위에 해당한다.
 
최근 문제가 된 매입 임대아파트는 대부분 20년 이상의 노후화 된 서민아파트이고 전세로 계약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광주지역 부동산관계자는 "광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전세를 구하기가 어렵고 매매가 대비 전세율이 90%에 근접해 대출금과 전세금을 합하면 매매가를 훨씬 웃도는 점 또한 임대사업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형성한다."고 말한다.

2002년부터 매입임대 물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외환위기 이후 지역건설사들이 대거 무너지고, 무더기 미분양 사태가 나면서 정부가 매입임대사업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취·등록세 감면은 기본, 저금리의 국민주택기금도 건설임대업체와 같은 수준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런 제도 속에서 매입임대사업자들은 적은 자본으로도 1,000채 가까운 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세입자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경매 시 우선매수청구권이나 임대보증 보험 가입 규정은 마련치 않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리로 나선 세입자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현행 부동산 매입임대 사업의 허와 실을 MBC 'PD수첩'에서 집중 취재했다.

이지연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