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저출생 원인 "청년세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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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저출생 원인 "청년세대 불안"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3.12.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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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처음으로 40만명 아래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저출생의 원인이 청년 세대의 경쟁 체제와 고용·주거·양육 불안에 있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황인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등은 3일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제하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초저출산은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인 경우를 의미한다.

한국의 저출생 수준은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저 수준이다. 2002년부터 21년간 지속됐다. 인구구조 고령화는 전 세계 1위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25년부터는 65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는 저출생이 약 70% 기여율을 기록했다. 기대수명 연장은 30%의 기여율을 차지했다. 특히 미혼율이 늘어 저출생을 주도했다. 청년들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으면서 저출생으로 이어졌다.

경쟁 압력을 많이 느끼는 청년일수록 희망 자녀 수가 유의미하게 낮았다. 경쟁 압력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인구밀도가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고용 상태에 따라 결혼 의향이 크게 차이가 났다.

주거비용에 대한 정보를 접한 그룹의 결혼 의향이나 희망 자녀 수가 낮게 나온 점은 고용과 주거 안정이 결혼·출산의 결정에 중요한 부분임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성장과 분배의 양면에 큰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없는 경우 2050년대 0% 이하 성장세를 보일 확률은 68%로 분석됐다.

한국의 출산율이 0.2명 상승하는 경우 2040년대 잠재성장률은 0.1%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가족 관련 정부 지출 ▲육아휴직 실이용기간 ▲청년층 고용률 ▲혼외출산 비중 ▲도시 인구 집중도 ▲실질 주택가격 등 출산 여건이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출산율이 약 0.85명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4%로 OECD 평균(2.2%)보다 낮다. 육아휴직 실이용기간(10.3주) 청년 고용률(58.0%) 혼외출산 비중(2.3%) 모두 OECD 평균에 못 미쳤다. 도시 인구 집중도(431.9)와 실질 주택가격지수(104)는 OECD 평균보다 높았다.

황 실장은 "양육 불안을 낮추려면 정부 예산지원을 늘리고 육아휴직 이용률을 높이는 등 실질적인 일과 가정의 양립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가치관에 맞춰 부모 또는 법률혼 중심의 지원 체계에서 아이 중심 지원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주택가격 하향 안정, 수도권 집중 완화, 교육 과정에서 경쟁 완화 등 구조정책도 추진돼야 한다"며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에 노동인력, 산업구조, 연금, 재정 등이 연착륙하도록 유도하고 심각한 노인빈곤 완화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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