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오늘 문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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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오늘 문 닫는다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4.05.29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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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29일로 문을 닫는다. 원 구성 협상을 둘러싼 극한 대치로 1987년 민주화 개헌 이후 가장 늦게 문을 열었던 이번 국회는 막판까지 정쟁으로 얼룩졌다.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고 여당 불참 속 야당이 5개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마지막 본회의의 모습은 21대 국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법안 1만6300여개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거 폐기를 앞두고 있고, 17년 만에 어렵사리 입법 문턱까지 다다른 연금개혁 논의는 1~2%포인트 차이에 발목이 잡혀 좌초할 위기에 놓여 있다.

당장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인 29일에도 야당의 법안 강행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재표결에 따른 법안 폐기가 되풀이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열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 끝에 부결, 폐기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전세사기 특별법과 민주유공자법 등 5개 법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열어 전세사기특별법 등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임기 종료 전 재표결이 불가능해 법안이 폐기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본회의에서 통과한 민주화유공자법 등 5개 법안들은 아무런 협의도 없이 민주당의 일방독주로 처리됐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요청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도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대통령실과 국회 다수당, 소수 여당과 거대 야당이 충돌하는 것도 21대 국회에서 익숙한 풍경이 됐다.

21대 국회는 임기 시작 47일 만인 2020년 7월 16일에야 개원식을 갖고 출발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76석의 거대 여당으로 출범한 뒤 상임위원장 전석 독식을 주장하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보이콧을 하면서 대통령 시정연설도 한 달 이상 늦어졌다. 1987년 개헌 이후 18개 상임위원장을 특정 당이 모두 가져간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4년간 국회를 정리하면 75년 '헌정사 최초'라는 단어가 유독 많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이 결의됐고, 국무총리 해임건의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현직 판사와 검사가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하기도 했다.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도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면 보이콧 하는 불명예 기록도 남겼다. 윤 대통령은 22대 총선으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정국을 벗어나지 못한 헌정사 최초 대통령이라는 오명도 갖게 됐다.

정치권이 끝없는 정쟁의 수렁에 빠진 사이 국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 성적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1대 국회는 지난 4년간 2만 6851건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한 법안은 9479건에 그쳤다. 법안 통과율이 35.3%로, 최악의 식물 국회라고 평가받았던 20대 국회 37.3%를 훌쩍 밑도는 수준이다.

통상 총선 직후에 열리는 마지막 국회에서 밀린 숙제하듯 민생법안을 합의처리해 왔지만,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그조차도 하지 못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과 예금자보호법, 구하라법, 위기임산부 지원 법안, 아동기본법 등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 1만 6378건은 이날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17년만의 연금개혁도 물건너간 것이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전날 본회의에서 "연금개혁 법안 합의 처리를 위해 29일 본회의를 개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여야 간에 입장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은 민주당의 선(先)모수개혁·후(後)구조개혁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거부권 정국'과 맞물리면서 연금개혁안이 막판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이 경우 22대 국회에서 국회 연금개혁특위 구성을 포함해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연금개혁이 1년 늦춰질 때마다 국민 부담액이 50조원 넘게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1대 국회는 한마디로 '정치의 실종' 상태"라며 "민생은 이미 각자도생이고, 대통령의 힘과 국회 다수당이 충돌하는 무한 정쟁, 무한 투쟁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정치 실종의 어두운 모습을 마지막 날까지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22대 국회에서는 여야 대립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정치평론가는 "22대 국회에선 정치의 실종을 넘어서 정치의 몰락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며 "실종된 정치는 나가서 찾아오면 되지만, 몰락은 해체하고 다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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