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 세비 삭감' 약속 지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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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 세비 삭감' 약속 지켰나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4.05.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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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57.1%, 법안심사소위 100%가 법적 요구 이하로 회의 개최
제출 법률안 1만9906건 중 1만6386건 계류 중... 징계안은 53건 중 1건 처리
불출석의원 세비 삭감 공약도 지키지 않아... 이행했다면 국민혈세 37억원 절약
경실련, '일하는 국회' '윤리 국회' '세비 삭감'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 논의 촉구 
국회의원 회의 출석 의무화, 윤리특위 상설화, 국회의원 세비 결정 방식 개선 제안
5월 28일 오후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관심을 모았던 해병대원 특검법안 재의요구안은 부결됐고 민주화유공자법 등 5개 쟁점 법안들은 민주당 주도로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5월 28일 오후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다. 관심을 모았던 해병대원 특검법안 재의요구안은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부결됐고 민주화유공자법 등 5개 쟁점 법안들은 민주당 주도로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민주당이 압도적 원내 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가 국민께 한 '일하는 국회' '세비 삭감' 약속은 지켰울까.

시민단체 경실련은 2024년 29일 21대 국회 폐회를 앞두고 '21대 국회 일하는 국회, 세비삭감 약속 이행 여부'를 조사해 그 결과를 이날 발표한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180석(지역구 163석 + 위성정당 비례대표 17석)을 쓸어 담은 민주당은 불출석 의원의 세비 삭감을 공약했다. 상시 국회 운영, 상임위의 월 2회 이상 개최, 법안 심사 소위의 월 3회 이상 개최 등을 포함한 '일하는 국회법'을 21대 국회의 첫 번째 법안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현재 일하는 국회와 세비 삭감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평가하는 국민은 여전히 드물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본회의가 모두 166회 열렸으나 일부 월(2022년 3월과 6월, 2024년 3월과 4월)에는 본회의가 전혀 열리지 않았다. '일하는 국회법'에 따라 1월과 7월을 제외하고 매월 본회의가 열렸어야 했으나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겸임 상임위(14개)의 경우 상임위 전체회의는 월별 2.0회, 법안심사소위는 1.2회 개최돼 상임위는 매월 2회 이상, 법안심사소위는 매월 3회 이상 열려야 하는 법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상임위 전체회의 매월 2회 개최'를 준수하지 않은 비겸임 상임위는 14개 중 8개 위원회(57.1%)이며 '법안심사소위 매월 3회 개최'를 준수하지 않은 비겸임 상임위는 14개 위원회(100.0%) 전체다. 

특히 교육위(1.4회), 국방위(1.4회), 기획재정위(1.5회), 외교통일위(1.6회)가 상임위 전체회의 개최 빈도가 낮게 나타났다. 국방위(0.5회), 외교통일위(0.6회), 교육위(0.8회)가 법안심사소위 전체회의 개최 빈도가 낮게 나타났다.

또한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총 1만9906건 가운데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이 1만6386건(82.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사위(91.6%), 행정안전위(87.7%), 환경노동위(86.7%)의 법안 계류율이 높게 나타났다.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률안 3520건 중 가결되거나 반영된 것은 3176건(원안가결 1787건, 수정가결 1168건, 수정안반영폐기 221건)(90.2%)로 나타났다. 민생안정특별위원회(75.0%), 교육위(76.3%), 국토교통위(78.1%)의 가결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21대 국회의 세비 삭감 약속도 이행되지 않았다. 

2020년 국회의원의 세비는 연 1억5188만원(월 1266만원)에서 2024년 1억5690만원(월 1308만원)으로 오히려 인상됐다. 이는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이 국민께 한 '국회 불출석 의원 세비 삭감' 약속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결과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과 상임위 출석률은 각각 92.0%, 상임위 출석률은 92.1%를 기록했다. 

만약 출석률에 따라 세비가 조정됐다면 세비는 약 1억4435만원에서 1억4450만원 사이가 돼야 했으나 이러한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출석률이 가장 낮은 하위 10명 의원의 경우 본회의 출석률이 77.2%, 상임위 출석률이 73.3%로 이들은 1억2113만원에서 1억1500만원 정도의 세비를 받았어야 했다.

국회 전체 예산을 출석률에 연동시킬 경우 현재 470억7000만원의 세비 예산을 433억330만원에서 443억5147만원으로 줄여 약 37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리 국회의 관점에서 볼 때도 21대 국회는 낙제점이라는 평가다. 

제출된 징계안은 총 53건에 달했으나 이 중 실제로 처리된 것은 김기현 의원에 대한 징계안 1건 뿐이었다. 이는 김기현 의원이 민주당이 야당의 육탄저지를 뚫고 입법 강행한 '검수완박법' 심사 과정에서 국회 법사위 회의를 방해한 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30일 간의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징계는 의원의 회의 방해 행위로 인해 자동으로 처리된 것으로 윤리특위의 적극적인 조치라기보다는 국회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또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민주당 윤미향 의원(이후 무소속)의 국고 지방보조금 편취 의혹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의 가족회사 제한입찰 수주 의혹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후 무소속)의 자녀 소유 비상장주식 거래 지연 ▲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미신고 가상자산 보유 의혹 등에 대해 '제명'을 권고했으나 윤리특위는 징계안 처리를 미루거나 부결시켰다.

지난 4월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또다시 국회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했다. 

경실련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의 해법은 다르지만 공통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하는 국회' '윤리 국회' '세비 삭감'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 논의를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이를 위해 ▶국회의원의 회의 출석을 의무화할 것 ▶윤리특위를 상설기구로 전환하고 윤리조사국을 설립할 것 ▶국회의원 세비 결정 방식을 개선할 것 등을 제안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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