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으로 비상한 시국을 맞아 여야 대표가 처음으로 회동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혜영 민주통합당 공동대표가 21일 국회에서 만난 것이다. 원혜영 대표가 취임 인사차 한나라당 대표실로 박근혜 위원장을 찾아간 것.

두 사람의 만남은 시종 화기가 넘치는 가운데 이뤄졌다.

박 위원장은 원 대표가 대표실을 들어서자 미소를 지으며 "오셨군요"라고 반갑게 맞이했다. 또 함께 동행한 김유정 대변인과 김영록 대표비서실장에게도 살갑게 인사하며 반겼다. 

이에 원혜영 대표는 "위원장님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인사했고, "저도 축하드려야 되는데.."라는 박 위원장의 화답이 이어졌다.

먼저 원 대표가 말을 꺼냈다. 그는 "정말 비상한 시국에 여러 가지 경륜과 능력이 있으신 박근혜 위원장님께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하신 것에 대해 많은 기대와 여러 가지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덕담을 거넸다.

박 위원장도 "앞으로 내년 전당대회가 있기까지 원혜영 대표님과 지도부 여러분께서 굉장히 수고가 많으시겠다. 새롭게 출범한 것을 계기로 해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같이 많은 노력을 해나갔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원혜영 대표는 이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박 위원장의 역할을 주문했다. 특히 국회 차원의 조문단 구성에 협조을 요청했다.

원 대표는 "민주당은 여야가 함께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며 "북한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셨고 활동을 하셨던 박근혜 위원장께서 큰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하고, 그러한 역할이 여야가 함께 하는 모습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박근혜 위원장께 의논드리고 싶은 것은 정부 차원의 조문단 파견은 하지 않기로 결정이 되어있지만,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국회 차원의 조문단 구성이 논의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조문단 파견 문제에 대해 박근혜 위원장은 "나중에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박 위원장은 "(조문단 파견 등) 이 문제가 정부의 방침과 다르게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특히 조문과 조의 문제로 남남갈등이나 국론분열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동석한 황영철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국회 정상화와 정치권의 국민 신뢰 회복에 관심을 보였다.

박 위원장은 "사실 이번 국회가 18대 국회의 마지막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간 우리 정치권이 국민들께 많은 심려와 실망을 드린 것을 생각할 때 이번 국회에서 최소한 민생 관련 법안, 민생 관련 예산은 여야가 원만하게 잘 해결함으로써 국민들이 좀 더 안도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민생법안과 예산법안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우리가 해결해드리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우리가 말만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여야 대표 회동에는 한나라당 쪽에선 이혜훈 사무총장 권한대행과 황영철 원내대변인이, 민주당 쪽에서 김유정 대변인과 김영록 대표비서실장이 함께했다.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오는 30일께 국회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과 부수 법안들을 처리할 예정이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