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활동 지원경비와 사무실유지 지원금을 받으며 차량 유류비와 식대명목의 보조금도 받는다. 입법권도 있고 국정감사권도 있어 때가 되면 특권층으로 행세하는 것도 큰 재미일 것이다. 이러니 국회의원 한번 해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인 사람들도 있다. 국회의원을 한번하면 두 번하고 싶고 두 번한 사람은 세 번하고 싶은 것이 국회의원의 자리인가보다. 초, 재선의원은 차관 급이지만 3선급의 상임위원장은 장관의 예우를 받으니 포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을 한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일 뿐 아니라 신분상승의 최고의 기회이기도 하고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자부심을 느낄 만 하다. 이 자리를 얻기 위해서 후보자들은 최고의 이기심을 발휘한다. 자신의 경쟁자들을 하나씩 넘어서야하는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으나 결코 마다하지는 않는다. 이 자리를 얻기 위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의리도 신뢰도 버려야 하는 삭막한 투쟁을 거쳐야 한다. 정치인들이 욕을 먹으면서도 국회의원이 되고자하는 과정은 실로 눈물겹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한 번 했으면 족함을 알고 물러나야 하겠지만 이들은 지역구를 찾아 기웃거린다. 국회의원의 매력을 잘 알기에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 지역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있는지, 당의 유력후보와 선거구가 겹치지 않는지를 주도면밀하게 저울질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한번 했으니 인지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역의 정치신인들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장관을 하다가 던지고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장관을 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선거에 임박하면 장관보다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진다. 다선을 했거나 고령인 사람들도 국회의원직에 욕심을 부리고 있으니 국회의원의 물갈이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총리나 국회의장을 경험했으면 이제 다 내려놓을 만도 하건만 국회의원직에 연연하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불가하다. 서울시장직을 던지고 난 후 공부하러 간 사람이 다시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고 하니 실소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권력욕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니 그 진정성을 믿어주기 어렵다. 민주당 정권 때 국정원장을 지낸 사람이 새누리당에 입당을 했다는데 국회의원 공천을 위해서라면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입당은 자유이나 당에서 공천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진실로 국민을 위하는 선량이 있다면 몇 번을 한다고 해도 지지해줄 용의가 있다. 당 지도부의 방침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거나 국회를 경시하거나 인간의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것들은 제발 물러나기를 바란다. 또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은 인간으로도 자격이 없다.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사에서 자신만 잘났다는 독불장군은 도태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번 하면 놓치고 싶지 않은 그 자리. 자신보다 나은 사람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은 자리. 권력과 명예가 있어 남을 밟고서라도 꼭 되고 싶어 하는 자리. 국민들에게 지탄과 비난을 받으면서도 유지하고 싶은 자리. 한번 되고나면 4년간 어깨 힘주고 싶은 자리. 장관자리도 마다하고 다시 되고 싶은 자리. 국무총리, 국회의장, 서울시장도 해본 사람이 다시 관심을 갖는 자리. 5선이상이 되고도 정치신인들에게 양보하기 싫은 자리. 국회의원에 목숨 거는 사람들.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대들은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가?
이병익 기자 webmaster@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