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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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09.12.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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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장의 엽서로 세상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 격동으로 소용돌이쳤던 2009년.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한 장 남은 달력이 회한의 시간 속에 매달려 떨고 있다.
ⓒ 데일리중앙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한 장 남은 달력이 회한의 시간 속에 매달려 떨고 있다.

한 해의 세월들이 얼어붙은 12월. 계졀적으로 12월은 추위가 시작되는 달이다.

농가월령가는 "대설동지 절기로다/ 바람불고 서리치고/ 눈오고 얼음 언다"고 했다.

다시 일년을 보내며 지난 날을 반성하고 정리해야 할 때이다.

우리 속담에는 "섣달이 둘이라도 시원치 않다"고 재촉이다. 시간을 아무리 늘려도 이룰 수 없는 일을 두고 한 말이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노루꼬리만큼 남은 12월-. 그래서 지난 날의 회한이 더욱 사무친다. 지난 한 해 동안 지겹도록 바라왔던 저마다의 소망은 툇마루에 비친 햇살처럼 엷어져가고 있다.

구세군 자선남비는 진작부터 딸랑거리며 한 해가 저뭄을 알리고 있다. 이제는 징글벨 소리가 거리거리를 누벼 퍼질 차례.

지금까지 크게 춥지는 않았지만 동장군이 심술을 부릴 차례이기도 하다. 눈도 내리겠지-.

다들 마지막 장의 달력 앞에 마음부터 썰렁해진다.

절기상 7일이 대설이고 22일이 동지-.

모파상은 <여자의 일생>에서 '12월은 천천히 흘러갔다'고 한탄했지만 12월처럼 빨리 흘러가는 달도 없지 않나 싶다.

이 모임에 나가고 저 모임에 쫓기다 보면 금방 성탄절-제야에 이르러 버리는 달이 12월. 정신 없이 달아나 버리는 달이다.

12월은 누구에게나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달, 뒤돌아보면 우리 모두의 지난 한 해는 회한만을 짓씹게 하는 것 뿐이다.

격동의 2009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이 한 달도 부디 잠잠히 보내야겠다.

이 한 장의 엽서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데일리중앙> 독자 모두가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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