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의사 진료 허용, 의료계 "정부 없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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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의사 진료 허용, 의료계 "정부 없는게 낫다"
  • 송정은 기자
  • 승인 2024.05.1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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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정부가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들의 국내 진료를 허용하기로 하자 의료계가 거센 반발에 나섰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20일까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현재 외국 의료인 면허만 가진 의사가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의료행위는 △교육·기술협력에 따른 교환교수 업무 △교육연구사업 △국제의료봉사단 의료봉사 등 3가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해외에서 면허를 취득한 교포나 외국 의대에서 공부한 한국인이 이번 정책의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외국에서 의대 졸업 후 현지에서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필기와 실기로 이뤄진 '국내 의사 예비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이후 국가시험인 '의사국시'를 봐야 했다. 현재 정부가 국내 국가고시 지원 자격을 인정해 주는 외국의대는 159곳(총 38개국)이며 외국의대 졸업자가 예비시험과 의사국시를 통과해 최종적으로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비율은 33.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따라 외국 면허 소지자들은 이달 말부터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배치될 전망이다.

정부의 외국면허 의사 진료 허용 정책에 의료계는 국내 의료 수준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의료 행위는 쉽사리 외국 의사 면허자에게 맡길 수 있는 단순한 업무가 아니다"며 "의사는 진료할 때 단지 질병에 대한 치료 뿐 아니라 환자와 소통하여 마음까지 치료하고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 의사가 그동안 우리나라 의사들의 높은 수준에 익숙해있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만족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스스로 촉발한 현재의 심각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단세포적인 탁상행정을 거둬들이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총력을 다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주수호 전 의협회장도 페이스북에 "외국 의사 면허자의 국내 의료행위 허용이 대한민국 의사들을 겁박할 수 있는 카드라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진심(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없는 게 낫다"고 일갈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싱가포르는 서울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만 자국의 의사면허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일본의 의사면허 취득은 출신 의대와 무관하지만, 언어시험과 의사면허 시험을 모두 합격해야 한다"며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이 자국민들의 생명 보호를 위해 이처럼 까다로운 제도들을 유지하고 있고 이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가 벌이고 있는 짓거리는 투정을 부리는 초등생을 보는 듯하다"며 비꼬았다.

송정은 기자 blue1004sje@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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