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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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2.03.30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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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정상회의의 만찬에 사용된 레드 와인은 미국 와인

▲ 와인 칼럼니스트 김준철씨.
ⓒ 데일리중앙
이번주 초 서울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정상들을 위한 만찬에 사용된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바소 라는 레드 와인과 프랑스 남부 리무 지방의 화이트 와인이었다.

2010년 G20 정상회의 때에 각국의 정상들을 위하여 사용되었던 만찬주에 관해서 한번 언급을 했으므로 이번에 사용된 각 와인의 등급 등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겠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했듯이 정상회의 등에서 만찬 때에 사용되는 와인을 스테이츠 와인이라고 한다.

각국에서 스테이츠 와인으로 선정되면 와인 회사로서는 아주 영예로운 일로 이런 사실을 두고두고 자랑스럽게 홍보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스테이츠 와인이 있어왔다. 과거 70년 후반에서 90년대 말까지는 국내에서 생산되던 와인인 '마주앙'이 거의 독점으로 사용되었다. 일부 레드 와인은 외국 와인이 사용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 이후에는 스테이츠 와인으로 외국 수입 와인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테이츠 와인을 선정할 때에는 여러 가지를 잘 검토해서 정상들에게 걸맞으면서도 뭔가 의미가 있는 와인으로 선정해 누가 보더라도 타당한 선택이었다라는 평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들에서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와인들 중에서 선정을 한다. 각국의 정상들에게 한국의 전통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예의인 것과 마찬가지로 자국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스테이츠 와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방문한 외국의 정상을 특별히 배려하여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다른 나라의 와인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사용된 '바소'라는 미국 와인에 대해서 집고 넘어간다면 재작년 G20 정상회의에서 사용된 회사의 와인이 또 다시 선정이 되었다는 것이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는 스테이츠 와인으로 한번 선정되는 것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회사를 연거푸 두 번이나 선정을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제기될 수도 있는 일이다.

국산 와인도 아닌 외국 와인인데 한 회사의 와인이 연거푸 스테이츠 와인으로 선정된다는 사실을 가지고 거론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렇게 외국 와인을 스테이츠 와인으로 선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도대체 국산 와인은 스테이츠 와인으로 선정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자국산 와인이 스테이츠 와인으로 귀빈을 대접하는 것이 당연하나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순수 국산 와인이 없다. 현재 양조용 포도로 만든 순수 국산 와인은 '마주앙 미사주'뿐인데 이 와인은 시중에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일부 다른 와인들은 국내에서 생산되기는 하나, 다량의 수입 벌크 와인에 소량의 국산 와인을 블랜딩하여서 만든 와인으로 순수한 국산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또 캠벨 포도로 만든 국산 와인이 생산은 되고는 있으나 이 캠벨 품종은 칼러가 옅으며 향이 우아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와인으로 잘 만들지 않고 또 상업적으로 거의 판매되지 않아서 외국의 와인 애호가들은 거의 모르는 품종이다.
 
하여간 이렇게 세계적으로 알려진 양조용 품종으로 만들어진 국산 와인이 없으니 외국 수입 와인이 스테이츠 와인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국산 와인을 안 만드느냐? 

국내에서 주로 재배하는 포도는 켐밸이나 거봉 등으로 과일로 많이 먹는 포도품종들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이들 포도로 와인을 만들 수는 있겠으나 와인 맛이 별로 좋지 못 하여서 팔리지 않는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팔리는 와인은 모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조용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다.

포도 재배 농민들이 이런 양조용 포도 품종을 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농민들이 양조용 포도를 생산해서 납품을 해야 하는데 포도를 수매하는 와인 회사가 없기 때문에 양조용 포도를 재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농민들로서 모험하기가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젊은 농민들 중에는 양조용 포도를 재배해서 소규모로 와인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줄 안다.

그런 분들이 걱정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의 기후에 양조용 포도가 재배될 수 있을까 하는 것과 또 포도원에 새로 양조용 포도를 심으면 3~4년이 지나야 수확이 가능한데 그 기간 동안 수입이 없는 것도 부담이 되다. 게다가 3~4년 후에 와인을 만들었을 때에 과연 생각대로 팔릴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앞의 이유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이다. 하나는 포도를 수매해주는 회사가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양조용 포도 재배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 와인을 수입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와인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장사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와인을 생산도 하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국내 와인 시장에 외국의 별별 와인들이 다 수입되고 있는데 국산 와인을 생산해서 판매하면 안 팔릴 리가 없지 않는가? 어차피 국내 생산할 수 있는 와인의 량은 제한적일 것인데. 와인 사업이 성장하려면 와인 문화가 대중화돼야 하고 이는 하루 아침에 될 수가 없다.

포도원도 구경하고 포도주 공장도 견학하여 와인 지식도 얻고 또 와인 나눔화에 친근해지는 등의 여러 가지 환경들이 와인의 대중화에 필요하기 때문에 국산 와인을 생산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다.

와인 수입하는 대 기업들은 외국 와이너리에 투자하고 홍보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양조용 포도 재배와 포도주 공장 건설과 와인 생산에 투자하기 바란다.

도대체 외국에 와이너리에 투자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와인 산업과 소비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양조용 포도를 생산한 농민들의 포도를 수매하여 국산 와인을 생산하면, 해마다 수확시기에 홍수 출하되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도재배 농가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고, 국내 와인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하여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와인을 수입하는 대기업들은 중소 기업과는 다르게 와인 산업의 발전과 와인 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해야 사회적으로 '대기업이 와인 수입 사업까지 하느냐' 하는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와인 수입하는 대기업들에게 꼭 부탁 드린다. 그래야만 외국 정상들이 왔을 때에 스테이츠 와인도 국산 와인이 선정할 수 있을 것이다.  

포도 재배 농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에서도 양조용 포도가 재배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 바란다.

우리나라 기후와 비슷하면서 우리나라의 바로 서쪽에 있는 중국에서는 약 400개의 포도주 공장이 있고 양조용 포도로 연간 약 4억 6천만 병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우리의 동쪽에 있는 일본에서도 200개 이상의 포도주 회사들이 양조용 포도로 연간 약 6천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간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왜 양조용 포도가 재배될 수 없겠는가?

충분히 재배할 수 있다.

진취적인 농민들 중에서 양조용 포도를 재배해서 와인을 양조해서 판매한다면 틀림없이 억대 연 수입을 올리는 사람이 수십, 수백 명이 나올 수가 있을 것이다.

대략적으로 계산해보겠다. 3000평의 포도원에 양조용 포도를 심으면 대략 10톤 정도의 포도를 수확할 수 있다(보르도에서는 약 5톤, 독일에서는 약 10톤, 칠레에서는 약 15톤을 수확). 포도 1kg 에서 와인이 한 병 생산된다. 시중에 수입 와인들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나 농민이 소량 생산한 와인은 일종의 부띠끄 와인으로 시중에서 한 병에 최소 2만~3만원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3000평에서 와인 약 1만병을 생산할 수 있어서 연간 2억~3억원의 소득이 된다.

와인 문화의 국내 정착과 와인의 대중화를 위하여서 국산 와인의 생산이 필수적인데 와인 수입회사들과 포도 재배 농민들이 전혀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

핵안보정상회의의 만찬주 선정을 보면서 다시 한번 와인 수입회사들과 포도재배 농민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제이시 와인스쿨 원장/ 소믈리에
김준철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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