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방위, KBS 사장 출석 둘러싸고 공방
상태바
국회 문방위, KBS 사장 출석 둘러싸고 공방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8.09.26 13:01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장 불러라" - "그냥 진행하자"... 이 사장, 1시간15분 늦게 지각 출석

▲ 이병순(왼쪽) KBS 사장이 26일 오전 사내 행사 참석을 이유로 국회 문방위 출석을 거부하다 민주당 의원들의 강한 요구로 회의 예정시간(오전 10시)보다 1시간 15분 늦은 11시15분께 지각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26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병순 사장 출석 문제를 놓고 여야 간에 공방이 벌어지는 진통을 겪었다.

문화관광부 및 방송위원회 2007회계연도 세입세출 및 기금 결산안 처리를 위해 열린 이날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이 사장이 사내 행사를 이유로 불참한 게 원인이 됐다.

예정 시간을 조금 넘긴 오전 10시10분께 개회를 선언한 고흥길(한나라당) 문방위원장이 "KBS 이병순 사장은 직원들의 정년퇴임식 참석 관계로 못오고 대신 유광호 부사장이 참석했다"고 밝힌 뒤 안건을 상정하려 하자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 의원은 "KBS 사장이 내부 행사 참여를 이유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불출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며 "이 사장의 불출석을 양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원장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고흥길 위원장은 "오늘은 결산안 의결만 남아 있기 때문에 부사장이 참석해도 무방하다도 생각해 이 사장의 불출석을 양해했다"며 의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장세환, 서갑원, 전병헌, 이종걸 의원 등 민주당 소속 문방위 위원들은 "이병순 사장 출석시키지 않고는 회의 진행을 할 수 없다. 5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다. 당장 불러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장 의원은 "이런 전례를 남기게 되면 앞으로도 기관장들이 무슨 일만 있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국회 출석을 거부하게 될 것"이라며 "국회를 무시하는 이 사장의 오만한 태도를 그냥 넘길 수 없다"고 고 위원장을 압박했다.

서갑원 의원도 "사내 행사가 있다면 사전에 일정을 조정하든지 양해를 구해야지 이렇게 국회를 경시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 사장은 임명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많았던 사람이다. 정회를 하더라도 위원장은 이 사장의 국회 출석을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요구가 타당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회의의 효율성을 위해 위원장이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KBS 사장에게 전달하는 선에서 양해하고 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설득했다.

자유선진당 간사인 이용경 의원도 "어제 오늘 열린 간사회의에서 KBS 이병순 사장의 문방위 불출석에 대해 양해하기로 합의했다"며 정 의원을 거들었다.

그러자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이 "언제 그런 합의를 했느냐. 간사회의에서 이병순 사장의 국회 불출석을 양해하기로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전 의원은 "많은 국민들이 KBS 사태에 대해 강한 우려를 보내고 있는 상태에서 이병순 사장의 국회 불출석은 대단히 무책임한 태도"라며 "이 사장은 뭐가 그리 찔리는 게 많아서 국회 출석을 못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이 "KBS 사장의 국회(문방위) 출석은 2006년 결산 승인 때가 유일하다"며 "사내 행사도 있고, 그동안의 관헁에 비춰 양해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어제 간사회의에서도 KBS 사장 불출석과 관련해 민주당이 이의를 제기하고 위원장이 KBS 사장에게 강한 주의를 주는 것으로 하고 의사진행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며 "민주당이 지금까지 문제 제기를 했으니 이제 그만하고 회의를 진행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종걸 의원은 "문제가 있는 KBS 사장 한 사람을 두고 갑론을박 계속 시간 낭비할 수 없다"며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 당장 데려와라"고 거듭 요구했다.

여야 위원들 간 설전이 계속되자 고흥길 위원장은 "모두 좋은 말이다. 의원들의 말을 공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회의장에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오전 10시47분께 "이병순 사장이 출석할 수 있도록 강력히 조치하겠다"며 안건 가운데 '2007회계연도 KBS 결산승인안'을 제외한 나머지 안건을 일괄 상정해 처리했다.

한편 직원들의 부부동반 정년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던 이병순 KBS 사장은 고흥길 위원장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11시15분께 국회 문방위에 지각 출석했다.

이 사장은 "32명의 정년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 문방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회의 진행을 순조롭게 하지 못하게 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사장은 '국회 무시 처사에 대해 깊이 반성해라' '앞으로 국회를 존중해라' 등의 질책이 쏟아지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유념하겠다"며 거듭 허리를 굽혔다.

문방위는 11시25분 정회를 선언하고 오후 2시에 회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정회 선포 뒤 고 위원장은 "휴~"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상팔자 2008-09-26 19:28:40
국회 출석을 거부하다니.
KBS 사장의 빽이 언제부터 그렇게 세더냐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가.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요 민의의 전당인데
그걸 모를리 없는 이병순 사장이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내부 행사에 참석하다니 참 말이 안나온다.
정말 기가 막히는 한심한 작태다.

목불인견 2008-09-26 15:02:05
병순아 어째 니는 못된 것만 먼저 배웠다냐?
서울대에서 그렇게 가르치더나? 선배들한테 니 뭐 배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