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사태, 또다시 극한 대치... 충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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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송전탑 사태, 또다시 극한 대치... 충돌 우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4.06.10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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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새벽 행정대집행 예고... 경찰 19개 중대 1600여 명 투입

▲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움막 농성장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임박한 가운데 주민들이 '살고 싶다'며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금 밀양에는 농성장 강제 철거를 앞두고 대규모 경찰병력이 배치되는 등 또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데일리중앙
"박근혜 정부는 명분 없는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과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밀양 주민의 대화 요구에 응답하라."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 64명은 10일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중단 및 대화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이렇게 주장했다.

또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도 더 이상 밀양 어르신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고 공권력을 향해 엄중 경고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도 대화와 화해에는 때가 없다며 즉각 대화로 문제를 풀 것을 요구했다.

밀양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대규모 경찰병력이 현장에 속속 배치되는 등 결전을 앞둔 폭풍전야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주민과 공권력의 충돌을 막기 위해 정치권과 종교계, 시민사회가 중재에 나서며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행정대집행 방침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밀양시는 오는 11일 단장면 용회마을, 상동면 고답마을, 부북면 평밭·위양마을에 각각 들어설 101, 115, 127, 129번 송전탑 공사 예정지와 장동마을 입구에 반대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움막 농성장 5곳을 강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시는 또한 경찰에 시설물 보호 등을 위해 공권력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송전탑 공사장 일대에는 경찰 19개 중대 1600여 명이 배치돼 현장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행정대집행이 시작되면 경찰 병력이 2000여 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밀양시가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시간은 11일 오전 6시 이후. 시간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여명과 함께 언제든 강제철거 작전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어떤 경우에도 주민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밀양시의 요청으로 병력을 투입하지만 주민과 충돌하거나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 경찰은 현장에서 폭력 등 만약의 사태를 예방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전탑 반대 움막 농성장에는 현재 50여 명의 주민들이 공권력 철수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살고 싶다"며 행정대집행이 중단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 그리고 정치권과 종교계, 시민사회에 대화와 중재 노력을 당부했다.

이들은 "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으며, 무슨 죄를 지었냐"며 "우리도 이 나라의 국민이다. 제발 사람 대접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정치권과 종교계, 시민사회의 반응과 응답이 잇따랐다.

박영선 등 야당 국회의원 59명은 공동성명을 내어 "밀양 주민들은 보상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왜 여전히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느냐"며 폭력적인 행정대집행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예정된 시간표처럼 다가오는 파국적 결말 앞에서 주저하여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한전은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 '준공이 코앞'이라는 오만함을 버리고 대화의 노력을 마지막 한순간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정부와 한전에게 "불상사가 예견되는 현재의 집행을 당장 멈추어달라"고 호소했다.

또 천주교인권위원회의는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는 행정대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 대신 주민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밀양송전탑전국대책회의도 이날 내놓은 성명을 통해 "정부와 한전은 농성 중인 밀양 주민들과 진정
성 있는 대화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며 "부디 이 비극을 여기서 멈추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종교계의 간곡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이 투입돼 농성장과 주민 강제 해산에 나설 경우 격렬한 저항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밀양송전탑 반대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공권력이 들어오면 주민들은 그냥 끌려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 50여 명이 무슨 수로 그많은 공권력을 물리칠 수는 있겠냐는 것이다

또다시 예측하지 못한 불상사가 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고 민심의 분노는 청와대를 향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한전은 밀양송전탑 문제가 밀양주민 만의 것이 아님을 깊이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15명의 인권현장지킴이를 파견해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일어날 공권력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예방할 예정이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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