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79] 태연자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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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79] 태연자약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8.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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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밖으로 나가거나 돌아오는 길에는 습관처럼 한번씩 집 뒤의 태화산을 쳐다봅니다.

언제나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산. 어떠한 자극과 미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태화산의 저 태연자약을 닮고 싶기 때문입니다.

<장자>에 나오는 기성자의 고사에 의하면 최고의 싸움닭은 빠르고 날쌘 닭이 아닙니다. 용맹스럽고 투지가 넘치는 닭도 아닙니다. 나무로 만든 것처럼 상대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위협을 가해도 동요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닭이라고 합니다. 저 태화산처럼 말입니다.

반백을 넘고보니 사람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앞에 나서 설치고 깝치는 사람은 별 게 없습니다. 씩씩거리며 목소리 높이는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아무리 모욕을 주고 자극을 해도 인내하는 사람, 저 산처럼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자약한 사람, 그런 사람이 정말로 무섭고 뛰어난 사람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은 집 거실에 목계를 걸어놓았다고 합니다. 언제 어떤 자극이나 모욕을 당하더라도 나무닭처럼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경계하고 위로했다 합니다.

별스럽지 않은 일에도 씩씩거리고 목소리를 높이니 저는 아직도 많은 수양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누구처럼 나무닭은 깎지 않아도 됩니다. 들고나며 저 산을 한번씩 쳐다만 보면 됩니다.

저 산이야말로 태연자약의 실체요, 쳐다만 봐도 수양이 되고 공부가 되니까요.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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