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380]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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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380] 변화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8.2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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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마을로 내려가는 길 옆에 있는 밤나무입니다. 가지가 도로까지 뻗어 있어 지나갈 때마다 마주치게 됩니다.

요즘에는 이런 저런 일로 매일 밖에 나가는지라 적어도 하루 두번씩은 보게 됩니다.

아침 저녁으로 볼 때는 달라지는 게 없습니다. 잎의 색도 그렇고, 밤송이도 마찬가집니다. 아침이나 저녁이나 그게 그거고, 어제와도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송이는 어느새 굵을만큼 굵어졌고, 푸르디 푸른 잎도 색이 많이 빠졌습니다. 계절은 그렇게 소리없이 바뀌고 있습니다.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밤송이 위에까지 내려앉은 가을을 보면서 문득 변화란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변화하면 우리는 확 달라진 무엇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참된 변화는 바로 저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매일 봐도 모를 정도로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끊임없이 달라져 저렇듯 탐스런 열매가 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 변화의 본질인지도 모릅니다.

하루 아침에 갑자기 확 달라지는 것. 그것은 변화가 아니라 혁명일 것이니까요.

그러고보면 우리는 변화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담배를 끊겠다, 한달 내에 5kg을 감량하겠다, 전쟁에 나서는 장수처럼 결의를 다집니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변화가 아니라 혁명일 것이니까요.

그러니 변화에는 다짐도 결의도 필요치 않습니다. 그저 저 밤송이처럼 조금만 조금만 달라지면 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지속하는 끈기일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부단히 지속할 수만 있다면 변화는 저절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니까요. 그것이 진정한 변화일 것이니까요.

마음 내키는대로 하루 한장 정도 써 보자고, 다짐도 결의도 없이 시작한 태화산 편지가 저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듯이 말입니다.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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