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체계 불공정 심각... 복지가 늘수록 사회후생 더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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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체계 불공정 심각... 복지가 늘수록 사회후생 더 감소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7.05.0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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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역설 원인은(?)...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기 때문"
▲ 우리나라 과세체계의 불공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이 버는 사람보다 적게 버는 사람한테 세금을 더 많이 걷다 보니 복지가 늘수록 사회후생은 더 감소하는 '복지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7년 예산상 세수구조 및 직간접세 비중(단위: 조원, %). 자료=한국납세자연맹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우리나라 과세체계의 불공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이 버는 사람보다 적게 버는 사람한테 세금을 더 많이 걷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복지가 늘수록 사회후생은 더 감소하고 일반 국민의 삶은 더 안 좋아지는 '복지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5년 동안 '조세 등 증세액'(조세, 사회보험료, 각종 부담금을 합한 증세액)의 연평균 인상률은 7.5%인 걸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부담금의 증가율이 11.4%로 가장 높고 사회보험료 10.8%, 조세 6.5% 순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경제성장율은 연평균 4.3%,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6.2%로 나타났다. 100인 이상 사업장 임금 인상율은 4.9%로 실제 전체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은 2%대로 추측되고 있다.

참고로 2017년 직접세 비중과 간접세 비중은 각각 53%, 47%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자에게 불리한 간접세 비중이 90년 68.7%에서 2000년 59.7%, 2010년 54.5%, 2015년 47.7%로 점차 낮아졌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일 "2000년 대비 2015년 조세수입은 2.5배,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보험료 수입과 각종 부담금 수입은 각각 4.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납세자연맹에 따르면 2000년 조세 등 세수(140조원) 대비 15년 간 국가가 걷어들인 '조세 등 추가증세액 누적액'은 총 2084조원이다. 이 중 조세 1365조원(66%), 사회보험료 583조원(28%), 부담금 131조원(6%)을 국민들로부터 더 징수했다고 설명했다.

연맹은 15년 간 조세 등 증세액 2084조원의 상당액이 공공부분의 비효율과 부패로 낭비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납세자연맹은 조세 증가율보다 사회보험료와 부담금 증가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세율 인상은 법률 개정 사항인 반면 사회보험료율의 경우는 법률 개정없이 시행령에 의해 쉽게 인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료들이 조세 저항을 피할 수 있는 사회보험료나 부담금을 조세보다 더 선호한다는 얘기다.

연맹은 이어 "한국 사회는 공정한 과세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복지를 급격히 늘려 그 재원을 있는 사람보다 없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많이 징수하고 국가예산이 비효율과 부패로 낭비되고 있다"면서 "이는 복지가 늘어날수록 일반 국민들의 삶은 더 안 좋아지는 '복지의 역설'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연맹은 한국 사회의 불공정한 조세체계의 예로 ▷2017년 예산기준 국세 중 간접세 비중이 47%인 점과 ▷2015년 기준으로 누진세인 근로소득세수(28조원)보다 역진세인 국민연금 징수액(직장, 31조원)과 비례세인 건강보험징수액(직장, 39조원)이 더 높은 점을 꼽았다.

▲ 연도별 직간접세 비중(단위: 국세대비 비중, %). 자료=국회예산정책처
ⓒ 데일리중앙

참고로 국민연금은 상한이 월 434만원(연 5208만원)으로 연봉 5208만원 이하는 연봉대비 9%로 징수하나 상한을 초과하는 연봉자는 소득대비 징수율이 낮아져 역진적이다. 이를테면 연봉 1000만원은 연봉대비 9%, 연봉 1억원은 4.4%, 연봉 3억원은 1.5% 실효보험료율 적용한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많이 내고 높을수록 적게 내는 구조다.

또 과세표준이 많을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소득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세수는 2015년 기준으로 76조원이다. 그런데 사회보험료 총액은 105조원으로 누진세 총액이 사회보험료 총액보다 31조원이나 적게 나타났다.

이는 부자들보다는 서민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 2015년 담뱃세 세수 10조원과 카지노·경마·복권 등 사행산업 세수 6조원을 합친 16조원은 2015년 재산세 9조원과 종합부동산세 1조원을 합친 10조원보다 6조원이 더 많았다. 이 또한 불공평한 과세체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연맹은 아울러 "우리나라는 조세부담률 통계에는 빠져 있는 숨어 있는 세금과 세금 낭비 등을 감안하면 '저부담 저복지' 국가가 아닌 '중부담 저복지' 국가"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숨은 세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연맹은 구체적으로 ▲2015년 부담금징수액 19조원 ▲카지노·경마·복권 등 도박 관련 기금수입 3조4000억원 ▲중앙정부 세외수입 중 경상이전수입(벌금, 과태료, 교통범칙금 등) 6조원 ▲지방세 세외수입 중 사용료 수입 9조원, 수수료 수입과 과태료 등 2조원 ▲고속도로 통행료 4조원 ▲TV수신료 6258억원 ▲몸으로 종사하는 국방의 의무를 세금으로 환산한 10조원 등 적어도 54조원 규모로 추정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복지 증가가 사회 후생의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첫째, 복지재
원을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이 징수하는 공정한 과세체계가 있어야 하고 둘째, 증가되는 국가예산이 중간에 낭비되지 않고 국민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2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가지 요건 모두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 복지가 급속히 늘고 있어 복지가 늘어날수록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국민들의 삶은 더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이 이러한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사회는 악순환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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