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사모펀드, '병원 사냥' 본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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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사모펀드, '병원 사냥' 본격화하나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0.02.18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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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 기업, 송도 외국영리병원 투자의사 밝혀... 내국인 진료비율 80%

▲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에 외국 영리병원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곽정숙 국회의원은 "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영리병원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 데일리중앙 진용석
제약회사와 헬스케어 분야 사모펀드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하고 있는 외국 영리병원 유치사업에 투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최근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계 제약회사 1곳과 미국·유럽계 사모펀드 2~3곳 등 3~4개 기업이 외국 영리병원 유치를 위해 설립된 존스홉킨스 메디슨 인터내셔널에 투자할 뜻을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답변 자료에서 "제약사, 헬스케어 분야 사모펀드 등 3~4개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각 사의 투자 규모는 약 2억~3억불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투자자는 현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등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확정될 예정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 1-11 일대 8만719㎡(약 2만4000평) 대지에 올해 말까지 병원 기본설계 및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2013년 1월 국제병원 설립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영리병원이 생기면 제약회사나 보험회사 등이 병원에 직접 투자해 의약품 처방 등 의료행위에 관여하고, 민간보험을 팔아 이익을 챙길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곽 의원은 "제약회사가 병원 지분을 소유하게 되면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는 등 의료행위에 직접 관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자사 의약품의 임상시험에 병원 환자를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며 "병원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역시 자사 의약품의 부작용은 숨기고 우수성만 부각시키는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가 병원 지분을 소유하는 경우도 문제다.

일단 사모펀드는 실제 투자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민간보험회사 등이 사모펀드를 통해 병원 지분을 소유할 경우, 병원과 민간보험회사가 1:1로 보험 상품을 개발·판매하게 되면 특정 민간보험에 가입해야만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과거 '외환은행 사태'를 주도한 '론스타'와 같은 투기성 자본 성격이 강한 것도 문제다. 따라서 사모펀드가 병원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갈 우려가 크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내에 들어설 예정인 외국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 비율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인천광역시, 서울대병원, 존스홉킨스 3자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존스홉킨스 쪽에서 내국인 진료 허용 비율을 병상 수 기준 80%까지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국인 진료 비율이 80%가 되면, '존스홉킨스-서울대병원'은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영리병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외국 영리병원 유치의 주된 목적이 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생활편의 증진이기 때문에 내국인 진료를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곽정숙 의원은 "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영리병원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환자 수요와 향후 예상되는 수요를 파악해 적절한 규모의 비영리법인 형태의 의료기관을 설립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국민 전체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성급히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건강보험체계 붕괴 등 외국 영리병원 설립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곽 의원은 이날 오후 이헌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과 안상수 인천시장을 잇따라 만나 민주노동당과 자신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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