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원은 지난 8일 공개한 '저는 많이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 제목의 반성문을 통해 "대선 후보로서 준비가 부족했으며, BBK로 상징되는 네거티브 선거 운동에 매몰됐다"면서 "이 대목에서 진정으로 뼈아픈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봉주 전 의원은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혼자만 살겠다는 것이냐"며 정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BBK는 당시 대선 과정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공직자에 대해 요구되고 있던 도덕성 검증 과정'이었으며 많은 국민들이 의혹을 갖고, 알고자 했던 내용이었으므로 네거티브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저의 정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민주당의 정치적 입장을 완전히 부정하고, 나아가 국민의 일반 상식을 짓밟고 있는 그 반성문은 잘못됐을 뿐 아니라 거짓의 편"이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정 전 의원은 BBK를 말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 1년, 2심에서 역시 징역 1년의 형을 받고 대법원 3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대법원에서 실형을 받게 되면 향후 10년 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 전 의원은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나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민주당 정동영 후보의 당선을 위해서 온 몸을 던진 정치인에게 내려지는 형벌치고는 너무나 가혹하지 않느냐"며 항변했다.
그는 "다른 모두를 버리고 혼자만 살아나겠다는 길을 선택한 순간, 그 결과는 혹독해질 것"이라며 거듭 정 의원의 공개 사과를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후속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동영 의원 쪽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봉주 전 의원이 반성문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정동영 의원실 정진화 비서관은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정동영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얘기하면서 반성한 것인데, 정 전 의원이 반성문 취지와는 다르게 얘기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비서관은 "따라서 정 전 의원의 요구에 대해 공식 대응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