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4대강사업 대신 4대 고용사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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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대강사업 대신 4대 고용사업을
  • 유종일 기자
  • 승인 2010.09.03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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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유종일 교수(KDI국제정책대학원).
ⓒ 데일리중앙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 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이 미국 정책당국의 안이한 자세를 비판하고 나섰다. 비록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라 하더라도 9%를 넘어선 실업률이 낮아질 기미를 안 보이니 이를 두고 경기회복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도 마찬가지다. 올해에 5~6% 성장을 예상할 정도로 성장세는 뚜렷하지만 고용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청년층 고용 문제는 심각하다. 청년층 고용률이 지난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청년실업률은 증가하고 있다.

경제문제, 민생문제의 핵심은 곧 일자리다. 경제적 안정은 물론 자존감을 위해서도 누구나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갈수록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은 비정규직 문제, 근로빈곤층 문제, 자영업 과다진입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 문제도 그 핵심적 원인은 바로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에 있다.

이명박 정부도 일자리를 외쳤다. 기업규제를 완화하고 세금을 깍아주는 등 소위 친기업정책을 펼치면 기업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안 생기는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고착화된 현실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희망근로나 행정인턴 등 한시적 일자리나 만들면서 공공행정 부문의 정규직 고용은 오히려 축소시켰다. 잘못된 정책을 돌아보지는 않고 구직자의 눈높이만 문제 삼기도 했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이재오씨의 재수생 관련 발언이 그 극단적인 예다.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경제구조를 변화시켜 경제성장이 괜찮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고용창출형 경제를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나는 4대 고용사업을 제안한다. 첫째, 고용친화적 세제개혁이다. 매년 투자세액공제로 약 2조원가량이 지출되고 있으나 고용에 대한 지원은 미미하다. 세제혜택의 대부분을 받아가는 대기업은 고용창출형 투자보다는 기계로 사람을 대체하는 고용절약형 투자에 열중해 고용을 축소해왔다. 정부가 ‘고용 없는 성장’을 조장한 셈이다.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고용창출에 대한 지원으로 돌려야 한다.

둘째, OECD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사회·공공서비스부문의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 분야의 고용비중을 보면 스웨덴은 16%인데 반하여 한국은 불과 3.2%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도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민간주도 육성방안으로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만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 공공부분 주도로 양질의 일자리를 대량 창출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공공투자사업을 실시해야 한다. 고용창출이 미미한 대형토목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그 대신 소규모 건설투자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의 개량이나 서민주거지역의 환경개선을 추진하고, 공공보육시설 및 학교급식시설 등을 위해 투자하자는 것이다.

넷째, 첨단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IT 등 첨단기술 분야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지식경제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체계적인 투자로 미래성장동력을 확충하지 않으면 일자리 문제는 갈수록 악화될 것이다.

4대 고용사업은 물론 돈이 드는 일이다. 그러나 고용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국민적 합의도 없고 말썽도 많은 4대강 사업에 더 이상 헛돈을 쏟아 부어서는 안 된다. 그 예산을 돌려서 누구나 공감하고 환영할 4대 고용사업으로 돌렸으면 좋겠다.

유종일(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유종일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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