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럼] 왜 국산 와인은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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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럼] 왜 국산 와인은 없는걸까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2.01.16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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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제이시 와인스쿨 원장/소믈리에)

▲ 와인 칼럼니스트 김준철씨.
ⓒ 데일리중앙
와인(포도주)을 마시는 사람들은 싫든 좋든 수입 와인만을 마시고 있다. 국산 와인은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인다.

양조용 포도가 아닌 포도로 만든 와인이나 혹은 머루나 복분자 등으로 만든 과실주가 일부 수퍼에 진열되어 있기는 하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또 국산 와인이라고 판매되고 있는 제품도 수입 와인이 많이 블랜딩된 것뿐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수입 와인을 별 말 없이 마시고 있으나 와인 애호가들은 국산 와인이 없는 것을 애석해하고 또 왜 없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와인 애호가들의 불만을 가지고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도 일본산 와인이 있고 중국에도 중국산 와인이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국산 와인이 없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포도는 크게 구분해 생과일용으로 사용되는 포도와 양조용으로 사용되는 포도의 두 가지가 있다. 생과일용으로 이용되는 포도로도 와인을 만들 수는 있으나 와인 맛이 떨어져서 상품화하기 어려우므로 와인을 만들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좋은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은 당연히 양조용 포도들이다. 국내에는 연간 약 30만 톤의 포도가 생산되고 있는데 대부분은 생과일 용으로 사용되는 포도들이다. 그 중에서도 여름철에 생과일로 즐겨 먹는 흑포도인 캠벨어리가 대부분이다.

이 포도는 출하할 때에 한꺼번에 홍수 출하되어서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재배 농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에는 우리나라보다 포도 생산량이 훨씬 더 많으나 거의 80% 가 와인으로 만들고 생과일로 먹는 양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산한 포도를 거의 전부를 생과일용으로 판매해야 하니 국민들이 다른 과일을 제쳐두고 포도만을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농민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형편에 포도 재배 농가들은 왜 와인을 만들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농민들 중에서도 특용 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을 사육해서 억대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포도 재배 농민들도 양조용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들면 억대 수입 농민들도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계산을 해보면 양조용 포도는 재배하면 3000평에서 대략 1만병 정도의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데, 적어도 병당 2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한 계산으로도 약 2억 원의 수입이 가능하지 않는가.

캠벨 포도를 재배해서 판매한다면 생산량은 좀 많기는 하지만 평균 단가를 kg당 2000 원을 받기가 쉽지않을 것이다.

또 캠벨 포도를 판매하려면 남들보다 시장에 일찍 출하해야 하고, 상품성이 있는 좋은 송이들만 팔 수 있
고 나머지는 제대로 값을 받을 수 없다.

양조용 포도가 한국에서 재배 가능한가? 하고 의심하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괜한 걱정이다.

인천에서 닭이 울면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중국의 산동 반도에서도 와인이 생산되고 훨씬 더 북쪽 추운 곳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량이 생산되고 있다.

동해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와인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중간에 있는 우리나라가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또 와인을 양조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수 천년 동안 너도나도 잘도 만들어 왔고, 양조 기술이라는 것도 이제는 비밀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더 알려져 있다.

또 소규모로 양조할 경우 시설비도 썩 많이는 들지 않는다. 판매하는 것도 그렇다. 요즘 농촌에서 농작물
을 생산해 인터넷으로 전국에 있는 고객들에게 보내주는 농민들도 많지 않은가. 와인은 전국에 와인 동호회도 많고 인터넷을 활용하면 생산한 소량의 와인을 못 팔 일은 없을 것이다.

또한 포도주 공장의 견학을 통해 고객 확보와 와인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의 캠벨을 모두 뽑아내고 모든 농민들이 다 와인을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 포도 재배 농민들은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농 후계자 여러분께 권한다. 와인이란 매력적인 시장에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지역별로 독특한 국산 고급와인이 생산되어 시장에서 수입 와인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기를 정말 고대한다.

다음은 정책 당국자에게 한 말씀 드릴까 한다.

포도의 생산 과잉으로 판로 확보 문제와 홍수 출하로 인한 농가 소득 확보에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야기가 아닌데 아직도 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물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다른 작물로 바꾸어 재배하도록 하자니 마땅히 대체할 작물도 없고 또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였는데 만약 포도 판매가 잘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걱정 때문에 작물 대체도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
래서 전 포도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하기보다 영농 후계자들을 시군별로 한, 두 명씩 선발해 포도 재배와 양조를 할 수 있도록 기술 지도와 재정 지원을 하면 국산 와인을 생산할 수도 있다.

우리 국민 소득 수준으로 보아서 머지않은 장래에 국민 1인당 연간 4병을 마시게 될 것으로 예측되며, 국내 와인 시장 규모는 연간 약 2억 병이 된다.

전체 와인 시장에서 국산 와인은 20%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며 그 중 순수 국산 와인은 약 10%로 예측된다. 대략 계산하여 연간 약 2만-3만톤의 포도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양은 전체 포도 생산량의 대략 1/10 정도로서 포도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으나 포도의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은 될 것으로 본다.  

안마당의 와인 시장을 모두 외국 와인에게 내어주고 해마다 포도 생산 문제를 걱정하고 있을 일이 무엇인가? 와인 시장에는 분명히 국산 와인의 시장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시장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 당국에 제안한다. 국산 와인 생산을 유도하기 바란다.

포도 재배 농가의 기술 지도 등과 일부 와인 생산 농가들의 시설비를 지원하는 것은 큰 돈이 드는 것
이 아니다.

그간 징수된 와인 수입 관세는 한국의 포도 재배 농민과 와인 생산 농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사용되는 것 당연한 것이 아닌가?      

장차 상당히 큰 규모가 될 국내 와인 시장에서 국산 와인이 수입 와인과 당당히 경쟁하여 포도 재배 농민들과 와인 산업 종사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이시 와인스쿨
원장/소믈리에 김준철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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