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점주들, 민주노총에 맞불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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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점주들, 민주노총에 맞불 시위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07.21 22:4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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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중앙 포토뉴스] 21일 서울 홈에버 중계점 앞 두 풍경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와 대학생, 민주노동당 당원 등 100여 명이 2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노원구 홈에버 중계점 매장 입구 앞에서 노래와 율동을 하며 집회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측의 시설보호 요청에 따른 매장 원천봉쇄에 들어간 경찰이 꿈쩍도 하지 않고 이를 지켜보고 있다.  

오후가 되자 보기 드문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이랜드 직원들과 홈에버 입점주들이 합세해 매장을 지키겠다며 민주노총에 맞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오후 5시50분. 민주노총의 매장 봉쇄투쟁에 잔뜩 화가 난 홈에버 직원과 입점주 150여 명이 20미터 근방에 모여 맞불 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은 "영세상인 눈물난다 민주노총 물러가라" "3자개입 반대한다 민노당, 민노총, 한총련은 빠져라"고 외쳐댔다. 또 민주노총 시위대를 향해 "6시10분까지 봉쇄를 풀지 않으면 쳐들어가겠다"고 했다.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패로 무장한 병력을 태운 경찰 버스가 줄줄이 현장에 도착했다. 양쪽의 충돌사태를 막기 위해 병력이 증강된 것. 이날 경찰은 4개 중대 400여 명의 전경을 현장에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발 물리적인 충돌은 없어야 될텐데... "라며 양쪽의 격한 대치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정확하게 6시10분이 되자 사측 시위대가 민주노총 시위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경찰이 압박수비를 펼치자 거세게 밀어붙였다. "우리의 일터를 우리가 지키자는데 경찰이 왜 길을 막느냐"고 항의하며 더욱 힘차게 전진했다.

결국 이들은 10분 만에 경찰 저지선을 뚫었다. 밀고 당기고 서로 타격하는 사이 주변에는 구름 관중이 모여들었다.

기세가 오른 사측 시위대는 순식간에 물밀듯이 매장 입구까지 진출했다. 그곳에는 배달된 김밥으로 막 저녁 끼니를 때운 민주노총 시위대 100여 명이 연좌 농성을 펼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크게 한판 맞붙을 것 같은 일촉즉발의 대치... 순간 터질 듯한 긴장감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시위대는 충돌을 피해 진지를 순순히 내주고 거점을 차도로 옮겼다.

매장 입구를 완전히 장악한 사측 시위대가 이제 영업을 재개해도 되겠다 싶었는지 내려진 철판 여닫개(셔터)를 올리려 하자 경찰이 봉쇄에 나섰다.

이러는 사이 진지를 뺏긴 민주노총 시위대는 두 개 차로를 점거하여 반자본·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계속했다.

6시30분. 민주노총 시위대(앞쪽·차도)와 사측 시위대(뒤쪽·매장 입구)가 정면으로 마주보고 대치했다. 함성과 구호가 뒤섞이면서 무척 혼란스러운 가운데 민주노총 시위대가 "비정규직 대량학살 박성수는 각성하라" "억울해서 못살겠다 비정규직 철폐하자" "비정규직 짓밟은 노무현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반대편에선 심한 야유가 쏟아졌다. 이어 "영세상인 다죽이는 민주노총 물러가라" "3자개입 웬말이냐 말로할때 그만해라"고 맞받았다. 한 입점상인은 "제3자까지 끼어든 노조의 파업 때문에 장사를 못해 굶어죽게 생겼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기저기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에 대한 험한 구호가 터져 나오자 금방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경찰이 완충지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노무현 정권과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을 비난하는 다양한 단체의 유인물이 돌았다. 이랜드 상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펼침막도 곳곳에 나붙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랜드그룹 홍보실 직원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의견은 서로 다를 수 있고 다양한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팩트(사실)가 아닌 것을 근거로 박성수 회장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십일조 헌금으로 한 해에 130억원을 낸다고 적혀 있는 유인물을 보고 한 말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시위대는 박성수 회장을 정조준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한 이랜드자본과 박성수 회장에게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사가 안 돼 불만이 있다면 박 회장한테 찾아가서 따져야지 왜 우리한테 분풀이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6시45분. 

"여러분은 지금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인도로 올라가지 않으면 전원 현장에서 체포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신고되지 않은 불법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인도로 올라가지 않으면 전원 현장에서 체포하겠습니다."

차도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민주노총 시위대를 향해 경찰 경비 책임자가 나와 경고방송을 했다.

 

 

 

  

그러자 시위대는 "이랜드자본 비호하는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외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밀고 밀리는 공방이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크게 다친 사람은 다행히 없었다.

경찰은 두 세차례 더 경고방송을 한 뒤 현장 책임자의 "일보 앞으로, 삼보 앞으로"의 구령에 맞춰 병력을 시위대에 바짝 붙였다. 그러고는 금세 시위대를 실력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7시 정각. 경찰의 방패에 더 이상 맞서기가 힘에 부치는지 시위대는 홈에버 매장 건너편 인도로 자진해서 올라갔다.

민주노총 시위대 100여 명은 이날 홈에버 중계점 일대에서 예정대로 밤 10시까지 이랜드 타격투쟁 프로그램을 이어가며 홈에버 매출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8시 정각.

홈에버 직원들은 매장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경찰에게 영업을 할 수 있게 매장 출입구 봉쇄를 풀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경찰은 "밤 10시까지 시설보호를 해야 하며, 봉쇄를 해제하라는 상부(서울경찰청)의 지시도 없었다"며 홈에버 쪽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홈에버 직원들은 "시설보호만 하면 되지 왜 영업까지 방해하느냐.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책임질테니 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입구를 열어라"고 압박하며 경찰과 지루한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은 매장을 찾는 손님이 점점 늘어나자 8시40분부터 10분 동안 한 두 사람이 겨우 들고 날 수 있을 정도의 길을 터줬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2차 이랜드 타격투쟁에 5100여 명이 참가해 전국 29개 매장에서 투쟁이 벌어졌고, 26개 매장의 영업을 사실상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랜드 규탄을 위한 향후 투쟁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글/사진 석희열 기자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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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야 2007-07-22 19:16:32
민주노총에게도 한마디 충고한다.
민주노동당 한총련도 마찬가지다.
노사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라.
괜히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 마라.
왜 이렇게 자꾸 남의 일에 밤나라 대추나라 끼어들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나. 그러니 이렇게 어렵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

결자해지 2007-07-22 19:13:57
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
정부의 공권력에만 의지해서는 문제가 더 복잡해질뿐이다.
80만원에 목숨거는걸 보면 얼마나 일자리가 필요한지는 스스로 더 잘 것이다.
정부도 편파적인 것이 아닌 중립적인 입장에서 적극 중재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문제가 술술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데모하는 저사람들. 입점주들 오죽하면 저러겠나 싶다.
빨리 문제가 해결돼서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해라.

해바라기 2007-07-22 10:30:20
급여 80만원의 노동자가 민중인가?
박성수회장이 민중인가?
이랜드사태를 보면서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라는 표현이 무색할정도!...
차라리 이참에 "자본의 지팡이"로 바꾸면 어떨까?

skw 2007-07-22 07:49:41
전두환 때나 노무현때나 달라진게 하나없는 국민패는 깡패경찰
타도해야할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