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노동자어깨띠 한장, 대통령 취임식 위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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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노동자어깨띠 한장, 대통령 취임식 위험 요소?
  • 김나래 기자
  • 승인 2013.02.20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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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아침 출근 시간이 촉박할 때 국회 인근역에서 택시를 탄다.

가까운 곳이기에, 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고 국회 정문에서 일하는 곳까지 걸어가는 10여 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조금 촉박한 마음에 택시를 타야했지만, 택시파업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고민했다.

역에서 내려 택시를  탈것인가?

만약, 택시가 한 대도 없으면 또는 기다려도 안온다면, 나는  다시 역으로 들어가 환승하고, 내려서 또 걸어가는 시간이 몇 배로 소요된다.

조금 막막했다.

약간의 모험을 감수하고 역에서 내려 늘 택시가 옹기종기 기다리고 있는 곳을 향했다.

황담색의 택시들이 두서너대 모여있었다. 너무 반갑고 또 고마웠다.

한편, 지금의 환경이 고단해도 하루벌어 하루먹고 살아야하는 가장의 책무가 더 시급한 듯 보여 마음 한켠이 시렸다.

▲ 현재 회사택시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회사는 2시간 반만 노동시간으로 인정해준다"며 불합리한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반가운 마음에 타자마자 재잘재잘 이야기를 건네니, 당황하신듯 덤덤하게 답해주신다.

"다같이 모이기로 했는데 오늘 회사택시들은 거의 안나오고, 개인택시만 조금 모였다네요. 일단 회사로 모여 다시 논의 하기로 한것같은데.."라며 힘없이 말끝을 흐리신다.

기자는 "이렇게 크게 보도되고 포털사이트 상위권에 있는 소식인데 흐지부지 하시나요? 그럼 택시파업은 일부의 의견인건가요?"

기사님은 늘 있던 일인 듯 "에이, 파업해도 안돼요. 안바뀌는데요. 뭐." 하시며 씁쓸히 웃으셨다.

더 드릴말씀이 없어 머뭇거리는 사이 국회 입구에 도착해 평소처럼 확인을 하는데, 갑자기 트렁크를 확인해보겠다고 한다.

조금 당황스러워 "기사님, 트렁크 보셔야 한다는데요?"

기사님은 "네? 저 조금전에도 손님 한 분 국회안에 태워드리고 나와서 또 온건데?"

여차저차해서 트렁크를 열어 확인해 보신 분들은 "저, 국회 어디 들어가십니까?"

기자는 "정론관 입니다" 라고 답했다.

긴장감이 몰려왔다. '뭐가 잘못된걸까? 평소와 다름없는데'

짧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갈무렵, 트렁크의 문은 열렸다.

곧이어 검사하신분도 난감한 듯 "저.. 죄송하지만 기사님, 안으로 들어가실거면 저 트렁크 안의 '택시파업'관련 어깨띠는 못 가지고 들어가십니다"라고 말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기사님은 당황하신듯 "왜요?" 하시니 대답이 참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분은 "네. 대통령 취임식 준비 보안 때문에 못가지고 들어가십니다"라고 말했다.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에 개인택시 노동자의 처절한 생존권이 새겨진 가녀린 어깨띠가 그리도 위험 요소란 말인가?

다시한번 묻고싶다.

"택시노동자의 가녀린 어깨띠 한장이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폭탄 정도의 위력을 지녔나요?"

잠시의 정적뒤, 나는 내려서 걸어가기로 했다.

기사님께 너무 죄송했다.

생존권이 매어달린 파업을 앞두고도 그분들 표현으로 '한푼이라도 벌어야 입에 풀칠한다'는 마음으로 이른아침 나온분에게 그 종이 비슷한 띠한장 때문에, 국민을 위한 국회안에 들어서지도 못하셨으니 말이다.

국회와 정부가 우리네 서민들에게 넘을수 없는 철의 장벽으로 더욱 거듭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사례여서 이렇게 몇 자 적어본다.

국회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기관'이고 정부는 그와 함께 국민의 안정된 삶을 위해 일하는 '국민소속기관'이다.

이 사실을 그들도 우리도 잊고지낸지 수십년이 지났다.

▲ 택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현실화'를 촉구하는 문구.
ⓒ 데일리중앙

김나래 기자 nlkim007@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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